"우리 목구멍도 타들어 가요" 도서·산간지역 물 부족 심화
섬·해안·내륙 산간 운반급수…지자체, 제한급수도 검토
(전국종합=연합뉴스) 먹는 물까지 말라버린 일부 섬 지역과 내륙 산간지역의 주민들이 최악의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생명줄이었던 지하수나 계곡수도 바닥을 드러내자 지자체 등지에서 급수선과 급수 차량은 물론 소방차까지 동원, 생활용수를 공급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물 걱정은 깊어지고 있다.
◇ 바싹 말라가는 섬…뭍에서 보내주는 물로 버텨
인천 소연평도 주민 74가구 120여 명은 가뭄과 지하수 고갈로 인해 지난 5월부터 생활용수와 식수를 지원받고 있다.
소연평도는 마을 상수도를 통해 나오는 지하수를 식수와 생활용수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계속된 가뭄에 지하수는 사실상 고갈됐다.
현재 관정 5곳 가운데 2곳은 바닥을 드러낸 상황.
나머지 3개 관정에서 그나마 하루 5t가량 물을 공급하지만, 섬 주민들의 물 걱정을 덜기에는 태부족한 형편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육지에서 실어다 주는 생활용수와 병에 든 식수용 생수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전남 진도 관내 혈도, 저도, 맹골죽도, 맹골곽도 등 관내 22개 섬도 1주일 간격으로 들어오는 급수선만 기다리고 있다.
급수선은 가뭄이 심해지기 전에는 보름이나 20여 일 정도 간격을 이 섬들을 찾았지만, 최근 주기가 짧아졌다.
문재광(57) 급수선 기관장은 "혈도나 저도의 경우 1주일이 멀다 하고 물 부족을 호소하는 상황"이라며 "여름에는 특히 물 수요가 많은데, 최근 가뭄마저 겹쳐 섬 주민의 식수 요구가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산간·내륙 해안도 물 부족 호소
충남 태안군 태안읍의 외곽 상수도 미공급지역인 남산리 등은 10여 일 전부터 식수원인 지하수 물줄기가 말라버리거나 양이 크게 줄었다.
79가구 197명이 사는 태안군 소원면 장제리 마을에는 2∼3일에 한 번씩 생활용수를 실은 급수차가 다녀간다.
지하수가 끊긴 일부 마을에는 페트병 생수 2상자씩이 식수로 긴급 공수되고 있다.
경기도 3개 시군 12개 마을(311가구, 605명)에도 운반급수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중 광주시 퇴촌면 우산1리 매내미마을에는 매일 15t가량 물을 실은 트럭이 찾고 있지만 물 부족에 따른 주민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경기 가평군 청평면 최골, 중박골, 상면 안말 등 3개 마을(97가구 191명)도 물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계곡 물을 정화해 생활용수로 사용했는데 최근 공급량이 줄어 매일 1차례씩 급수차량으로부터 생활용수를 공급받고 있다.
강원도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6개 시·군 20개 마을 377가구 1천275명의 주민에 대한 외부 식수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이중 매년 물 부족에 시달리는 강원도 춘천시 서면 당림2리 34가구 주민 60명은 1일 3차례 총 15t의 물을 공급받고 있다.
경기 광주시 매내미마을 염한수 이장은 "매년 가뭄이면 운반급수를 하고 있는데 올해가 특히 심하다"며 "저장탱크에 물을 담아 쓰는데 저녁때가 되면 고지대 주민들은 물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관정개발·운반급수 확대, 일부 지역 제한급수 검토
가뭄이 농사 차질뿐만 아니라 식수난으로까지 번지자 지자체들은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관정 개발과 운반급수 확대는 물론 지역주민을 상대로 물 아끼기 운동을 벌이고 일부 지역에 대해서는 제한급수까지 검토하고 있다.
섬 지역에선 해수 담수화 사업을, 산간지역에선 광역상수도공급 확대 방안을 고민 중이다.
하지만, 경기 가평지역처럼 암반지대이고 깊은 산 속에 있어 관정개발이나 상수도 공급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지역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당분간 최악의 가뭄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가운데 각 지자체는 제한급수 상황까지 가는 것을 최대한 늦추기 위해 절수운동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성우 우영식 임보연 김광호 최은지 한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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