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안무가 3人의 '볼레로'…에너지 응축 돋보여
전석 매진된 국립현대무용단 '쓰리 볼레로' 2~4일 공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김용걸, 김설진, 김보람이라는 세 명의 걸출한 안무가들을 한데 모아 화제를 모은 국립현대무용단의 신작 '쓰리 볼레로'는 기대만큼 에너지와 기발함이 가득했다.
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프레스 콜을 통해 미리 만나본 '쓰리 볼레로'는 제목처럼 라벨의 '볼레로'를 세 안무가만의 춤 문법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작품의 막을 여는 것은 김보람의 '철저하게 처절하게'다.
'볼레로' 음악을 김보람 특유의 위트와 독창성으로 분석해낸 점이 돋보였다.
'볼레로'는 끊임없이 반복되는 리듬과 선율의 위에 새로운 악기들이 계속 더해지다가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듯 클라이맥스서 갑작스럽게 종료되는 독특한 곡. 라벨 스스로도 이 곡을 관현악적 실험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김보람이 안무 노트를 통해 "음악 이전의 소리, 춤 이전의 몸을 통해 표현의 기원에 접근하고자 했다"고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음악과 춤 모두 '뼈대'부터 시작해 점점 '덩치'를 불려 나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됐다.
음악이 몸 언어로 형상화되는 과정도 비교적 생생하게 펼쳐진다. 김보람과 그가 이끄는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무용수들은 '볼레로'를 구성하는 소리와 리듬, 질감과 구조 등을 유머스러하면서도 역동적인 몸 언어로 전환시킨다.
그다음으로 이어진 김설진의 '볼레로 만들기'는 가장 난해하면서도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김설진은 인기 춤 경연 프로그램인 '댄싱9-시즌2' 우승으로 대중에게 잘 알려졌지만, 그 이전부터 벨기에의 세계적 무용단 '피핑톰'에서 활동해온 실력파다.
우선 '볼레로'를 오케스트라 악기가 아닌 일상의 소음들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기발하다. 무대 위에 '실험실'처럼 꾸며진 곳에서는 스프레이를 뿌리고, 우산을 펼치고, 먼지를 털어내며 '볼레로'에 필요한 소리를 채워나간다.
김설진은 이러한 소리를 베이스로 '반복'과 '틀'을 연상케 하는 움직임을 선보인다. 동시에 그 안에서 자유를 추구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김설진은 "'볼레로' 구조가 우리 사회 구조랑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반복적인 리듬이 점층적으로 쌓이는 '볼레로'가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습과 닮은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말미는 김용걸의 '볼레로'가 장식한다.
국립발레단을 거쳐 세계적 최정상의 파리오페라발레단에 한국인 최초로 입단했던 김용걸은 서른 명이 넘는 무용수들의 군무를 통해 무대 초반부터 객석을 사로잡는다.
박자와 각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발레 움직임 속에 에너지를 쌓아가다가 말미에 객석에 카타르시스를 안기는 연출력이 돋보였다.
사실 '쓰리 볼레로'는 같은 음악을 세 번 사용한다는 점, 에너지를 쌓아올리다가 마지막에 분출시키는 과정이 세 번 반복된다는 점에서 관객들이 지루해할 수 있는 지점도 있다.
그러나 세 안무가가 사용하는 춤 언어가 워낙 달라서 '비교 감상'하는 즐거움도 확실한 작품이다.
곽아람 국립현대무용단 기획팀장은 "현대무용이라고 하면 우아하거나 난해하다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이 작품은 '엔터테인먼트'적인 특성도 지녔다"고 소개했다.
무용계서 주목받는 안무가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소식에 개막 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전 회차의 공연이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공연은 2일부터 4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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