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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죽는 벼 보며 숯이 된 농심'…다시 찾아온 가뭄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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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죽는 벼 보며 숯이 된 농심'…다시 찾아온 가뭄 전쟁

간척농지 염해 확산…지자체 예비 못자리 준비

보령댐 저수율 한 자릿수로 추락…제한급수 가능성도





(홍성=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고 있다.

전국적으로 비가 내리는 날도 충남 서부지역은 이상하리만큼 비켜가고 있다.

비가 오더라도 아주 조금 내린 뒤 그치기 일쑤다.

1일 충남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도내 누적 강수량은 864.3㎜로 평년(1천280.5㎜)의 67.4% 수준이고, 올해 들어서는 평년(236.6㎜)의 60.2% 수준에 그친다.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은 농민들의 마음은 타들어 가고 있다.

모내기를 마친 농민은 말라죽는 벼를 지켜봐야 하고, 모내기를 못 한 농민은 시기를 놓칠까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충남 서부지역에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보령댐 저수율은 연일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며 2년 전 제한급수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고 있다.



◇ 논마다 말라죽는 벼…확산되는 염해

충남지역 898개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54.9%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7.4% 수준이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모내기 철인 데도 모내기를 못 하는 논이 속출하고, 오랫동안 물을 공급받지 못한 밭작물도 속수무책으로 타들어 가고 있다.

바다를 메워 농지를 만든 간척지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가뭄으로 주변 저수지의 염분 농도가 이앙 한계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농민단체 의뢰로 충남농업기술원이 최근 서산간척농지 A지구 농업용수원인 간월호 염도를 측정한 결과 4천ppm으로 영농 한계치인 2천800ppm을 크게 웃돌았다.

일부 농민은 시기를 놓칠 수 없어 모내기를 했지만, 모내기 이후 약 2주 동안 한 차례의 비도 내리지 않으면서 모가 말라죽고 있다.

홍성에서 논 농사를 짓는 김진수(67)씨는 "갓 심은 모가 말라 죽어가고 있지만 물을 구할 방법이 없다"며 "며칠 기다렸다가 비가 오지 않으면 모내기한 논을 모두 갈아엎고 다시 모를 심는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충남도는 상습 가뭄 지역 37개 지구에 477억원을 투입해 다목적 용수개발, 지표수 보강 개발, 농촌생활용수 개발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염해가 예상되는 서산간척농지 A지구(6천446㏊)와 보령 남포지구(1천900㏊)에 대해서는 모내기 실태를 파악하는 한편 긴급 못자리를 준비하기로 했다.


◇ 보령댐 저수율 한 자릿수…제한급수 우려

충남 서부지역에 생활용수와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보령댐의 저수율이 지난달 31일 9.9%를 기록하며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1998년 준공 이후 저수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42년 만의 유례없는 가뭄으로 제한급수를 한 2015년(18.9%)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보령댐은 이미 오래 전 바닥을 드러냈다.

거북이 등껍질로 변한 바닥은 사람 손이 들어갈 정도로 갈라졌고, 군데군데 풀까지 무성하게 자랐다.

물이 가득 차 있어야 할 댐 바닥에 작은 실개천이 흘러 댐 바닥이라는 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변해버렸다.

다만 지난해 건설된 도수로(물을 끌어오는 길)를 통해 금강 물을 끌어와 생활·공업용수로 공급하면서 급한 불을 끄고 있다.

그러나 비가 오지 않고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달 말에는 제한급수를 실시할 수도 있다.

충남도는 6월 말 기준 보령댐 저수율이 7.5% 이하로 떨어지는 '심각' 단계에 돌입하면 제한급수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한급수를 피하고자 정부는 1일부터 보령댐의 공급량 일부를 인근 댐에서 대체 공급하도록 급수체계를 조정했다.

하루 2만1천t이 필요한 당진시에 보령댐 대신 대청댐에서 물을 공급하고, 서천군으로 공급되는 하루 1만t 규모의 물도 보령댐이 아닌 용담댐에서 수급하는 방식이다.


◇ 공장 멈출라…공업용수도 비상

가뭄이 계속되면서 국내 3대 석유화학산업단지인 대산산업단지에 대한 공업용수 공급 차질도 우려된다.

삼성토탈, 현대오일뱅크, 호남석유화학, LG석유화학, KCC 등 5개사가 입주한 대산단지에 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대호호 물이 급격히 줄고 있기 때문이다.

대산단지 입주 기업들은 아산공업용수도를 통해 물을 공급받거나 자체 정수시설을 갖추고 대호호에서 물을 끌어와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가뭄으로 대호호 저수율이 지난해 같은 기간 85.1%에 비해 50.5% 포인트나 낮은 34.6%를 보이고 있다.

평년 저수율 66%와 비교해도 3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이달 말이면 대산단지 공업용수 공급에 위기가 올 수 있다.






도 관계자는 "생활용수 공급을 위해 급수체계를 조정하고 공업용수를 위해 삽교호의 물을 이송해 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관정 개발 등은 물론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가뭄 지역에 병물을 공급하는 준비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말라버린 지하수…병물로 겨우 생활

상수도가 공급되지 않는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는 마을도 늘고 있다.

충남 태안군 태안읍 외곽 상수도 미공급지역인 남산·어은·반곡리 등은 10여일 전부터 식수원인 지하수 물줄기가 말라버리거나 양이 크게 줄었다.

읍사무소에서 지하수 공급이 끊긴 30여 가구에 페트병 생수 2박스씩을 긴급히 공급했지만, 변변히 씻을 물조차 없어 주민들은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반곡리 1구의 한 주민은 한 달여 전부터 조금씩 나오던 지하수가 10여일 전부터 완전히 끊겨 매번 마을 이장이 물을 실어 날라 하루하루를 넘기고 있다.

태안군 관계자는 "가뭄이 이 상태로 계속되면 이들 지역에 페트병 생수 외에 식수차나 소방차를 통한 급수를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대상지가 계속 퍼지고 있어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우려했다.





jkh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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