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서해5도] ② '왕복 뱃삯'이면 해외여행…고립되는 섬
인천∼백령도 왕복 운임 관광객에 큰 부담…주민은 육상 교통비 수준 희망
"여객선 준공영제 검토해야"…관련 예산 지원 법률안 국회 계류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인천∼백령도 왕복 뱃삯이면 관광 비수기에 저비용 항공편으로 중국이나 일본도 갈 수 있는 데 누가 구태여 섬을 찾겠습니까?"
북한과 인접한 서해5도 주민의 오랜 바람은 열차·버스 요금의 몇 배에 달하는 여객선 요금이 육상 대중교통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이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바닷길로 228㎞ 떨어진 백령도의 경우 쾌속선으로 3시간 40분을 달려야 도착하는 데 왕복 운임은 13만원이다.
이는 비슷한 거리(226㎞)인 인천∼전북 김제 간 왕복 버스 운임 3만원보다 4배 넘게 비싸다.
김포공항∼제주 항공편 왕복 운임 6만2천원과 비교해도 배 이상이다.
운항거리가 92㎞인 인천∼연평도 여객선은 왕복 뱃삯이 10만7천600원으로 외지에서 온 관광객들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반면 백령도 등 서해5도 주민은 정부와 인천시 지원을 받아 편도 7천원, 왕복 1만4천원이면 육지를 오갈 수 있다.
이 때문에 천혜의 자연경관을 갖춘 백령도를 찾은 관광객은 2015년 7만4천명, 지난해 8만명에 그쳤다. 연평도는 2015년과 지난해 관광객이 각각 2만1천명에 불과했다.
여객선을 운영하는 민간선사들은 유류비와 인건비 등 운항원가를 고려하면 현재 운임이 비싸게 책정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민간선사의 운항 포기로 정부 예산을 들여 여객선을 운영하는 덕적도∼울도 등 인천의 3개 낙도보조항로 요금과 비교해보면 선사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신고제로 여객선 운임을 관리하는 인천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인접 항로들과 바로 비교되는 탓에 선사가 마음대로 요금을 정할 수 없고 혹시라도 비싸다는 신고가 들어와도 수리하지 않고 인하를 권고한다"고 설명했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이런 서해5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여객선 운영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부문의 개입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인천시는 최근 '서해5도 여객선 공적운영 표준모델 검토'를 주제로 인천발전연구원에 연구를 의뢰했다. 서해5도 여객선 운영을 공공영역에 맡길 때 추산되는 비용과 구체적인 운영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전남 신안군이 여객선을 자체 보유하고 선원을 직접 채용하는 여객선 공영제를 운영 중이다.
섬나라 일본의 경우 전체 항로의 3분의 1이 공영 또는 민관이 공동참여하는 제3섹터 형태로 운영된다.
국가가 서해5도 여객선 운임 일부를 예산으로 지원하는 내용의 법률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인천 중·동·강화·옹진)은 지난해 '서해5도 지원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서해5도 주민의 유일한 육지 왕래수단인 여객선 운항이 끊이지 않도록 정부가 적자를 보는 선사에 손실금을 지원할 수 있게 했다.
또 천혜의 자연환경과 안보관광 등 특화 관광자원은 보유했지만 높은 해상교통비 부담으로 관광객 유치가 어려운 점을 고려해 여객 운임도 일부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안 의원은 "서해5도 주민은 남북 대치상황에서 우리 영토와 영해를 지키는 애국자들"이라며 "2010년 연평도 포격을 계기로 제정된 서해5도 지원 특별법이 유명무실한 만큼 법률 개정을 통해 정주여건 개선에 힘쓰겠다"고 했다.
서해5도 여객선 운영에 공공부문이 개입할 때 불거질 수 있는 국내 다른 섬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와 관련한 예산 확보도 변수다.
지원 범위를 노후선박 교체·건조비, 운임 일부, 운항적자 손실보전 등 어디까지로 정하느냐에 따라 예산 규모는 크게 달라진다.
최정철 인하대 융합기술경영학부 교수는 "여객선 준공영제는 대중교통 수준으로 운임을 낮춰 섬에 가보고 싶어도 비싼 뱃삯 때문에 못 가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재정 지원을 하자는 것"이라며 "섬은 모든 국민과 외국인이 함께 누려야 할 소중한 자산인 만큼 정부와 지자체가 대중교통요금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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