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외교단지 자폭테러로 80명 사망·350명 부상…韓대사관 파손(종합3보)
한국 대사관 직원·교민 전원 무사 확인…日대사관 직원 2명 부상
독일대사관 부근서 대형 폭발…인도·프랑스 대사관도 파손
"저수탱크에 1천500kg 폭발물 실려"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외교공관 밀집지역에서 31일 차량을 이용한 자폭테러가 발생해 80명이 숨지고 350여 명이 다쳤다고 아프간 보건부가 밝혔다.
아프간 톨로뉴스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30분께(현지시간) 카불의 와지르 모함마드 아크바르 칸 지역에서 자폭테러범이 폭발물을 실은 저수탱크 트럭을 폭발시켰다.
테러가 발생한 곳은 독일 대사관 앞 잔바크 광장 부근이었다. 이 주변에는 각국 대사관과 정부 청사 등이 몰려 있으며 대통령 궁도 인근에 있다.
AFP 통신은 한 서방 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저수탱크 트럭에 1천500kg의 폭발물이 실렸다고 보도했다.
이번 폭발은 사방 1㎞ 이내에 있는 공관과 관저, 상가와 식당 등 주변 건물들의 창문이 날아갈 만큼 위력이 강했으며 주변에 있던 차량 50여 대도 심하게 부서졌다.
독일 대사관은 건물 전면부가 모두 부서졌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교장관은 이번 테러로 자국 대사관 직원들이 다쳤으며 아프간 국적 경비원 한 명이 사망했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테러 현장 인근에 사무실을 둔 아프간 톨로뉴스는 직원 1명이 테러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BBC방송은 당시 자사 기자들을 태우고 사무실로 가던 차가 테러 현장 주변에 있다가 폭발의 여파로 아프간 국적 운전사가 사망하고 기자 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테러지점에서 100m 정도 떨어진 인도대사관 건물도 상당한 피해를 봤으며 프랑스, 중국 대사관, 터키 대사관 건물도 파손됐다고 각국은 밝혔다. 다만 이들 국가는 대사관 직원 가운데 사상자는 없다고 밝혔다.
일본대사관에서는 폭발 당시의 충격으로 창문이 깨지면서 직원 2명이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테러 지점에서 700∼900m 떨어진 한국대사관도 본 건물에 딸린 한 가건물 지붕이 내려앉고 직원숙소 문이 부서졌으며 상당수 유리창이 깨졌다고 대사관 측은 밝혔다.
다만 대사관 직원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 관계자 등을 포함해 현재 카불에 거주하는 한국인 25명 모두 인명 피해는 없으며 전화 통화 등을 통해 전원 무사함을 확인했다고 대사관 측은 덧붙였다.
테러를 자행했다고 주장하는 단체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16년째 아프간 정부와 내전중인 탈레반이 이른바 '춘계 대공세'의 하나로 테러를 벌였거나 최근 아프간에서 잦은 테러를 벌이는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소행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탈레반은 이번 테러를 자신들이 저지르지 않았다고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IS의 소행에 무게가 실린다.
특히 IS는 이슬람 금식 성월인 라마단이 27일 시작한 이후 이라크 바그다드의 아이스크림 가게 앞 등 도심에서 잇따라 테러를 벌이고 있다.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은 "라마단 기간에 무고한 민간인을 상대로 이런 비겁한 공격을 저지른 것을 강하게 비난한다"고 말했다.
아프간 주재 미국 대사관은 테러 이후 아프간에 있는 자국민에게 다시 한 번 안전 경보를 발령했다.
미국은 현재 아프간에 8천400명의 병력을 주둔시켜 아프간 군·경 훈련과 대테러 지원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만간 아프간 주둔 병력 증원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ra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