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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권 "한국주식 여전히 싸…코스피 4,000도 갈 수 있어"

신영자산운용 신임 사장 취임 "삼성전자 300만원 넘어도 안 비싸"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 "많이 올랐다고요? 전 세계에서 한국 주식만큼 싼 게 없어요."

허남권 신영자산운용 신임 사장은 26일 최근 코스피가 많이 올라 가격 부담이 크지 않느냐는 질문에 "최근 많이 오른 것 같지만, 삼성전자만 올랐지 코스피는 1,930∼1,940밖에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영자산운용은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주식형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허 사장은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에 불과하다. 코스피가 PER 17배인 미국의 절반만 돼도 3,000도 가능한데, 이마저도 PER 12∼13배에 그친다. 코스피가 4,000도 갈 수 있다는 얘기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증시 주변 환경을 보면 코스피는 곧 2,400∼2,500으로 갈 수 있다. 기업들이 꾸준히 구조조정을 해온 덕분에 놀랄 정도로 수익성이 나아져 배당과 주주가치가 개선됐다. 정치적인 불확실성 등에 따른 할인 요인을 떨쳐냈고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국민소득 증가와 대북관계 개선 등의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면 (증시도) 잘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코스피는 어느 정도 궤도를 넘어서면 3,000 이상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고 삼성전자[005930]가 300만원을 넘어도 비싼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허 사장은 "지수가 올라 부담스러운 것 같지만, 여전히 바닥을 헤매는 싸고 가치 있는 주식이 많다. 자동차와 증권, 철강, 유통, 유틸리티 등 널려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해 중소기업과 4차산업, 일자리 창출, 내수활성화, 지주회사 등 주식도 시선을 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증시 상황만 보면 본격적으로 투자할 때인데 투자자들은 지수가 상투라고 생각하고 환매하고 있다. 좋은 투자 기회가 외국인 손에 다 넘어가고 있다. 부동산이나 해외 자산 등에 눈을 돌려봐도 돈 벌 기회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가치투자가'로 유명하다. 1988년 신영증권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3년 임기의 신영자산운용 사장에 이날 취임했다.

그는 가치투자가로 된 배경에 대해 "돈을 잃고 한 주의 가치가 무엇인가 라는 의문에서 출발해 기업에 대해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었죠"라고 답했다.

그는 입사 후 7년간 지점에서 주식 영업맨으로 지냈다. 그는 "당시만 해도 국내 자본시장은 초기 국면이어서 제대로 된 투자관도 정립되지 않았다. 자본시장의 꽃이라고 생각하고 증권업을 선택했는데, 실상은 꽃이 아니고 투기판이었다"라고 회고했다.

인생을 걸고 선택한 증권맨 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시장은 예측 가능성은커녕 변동성만 컸고 소문에만 의존해 테마주만 쫓아가기 일쑤였다.

허 사장은 "증권맨이 건전한 직업이라고 얘기하기 부끄러울 정도였다. 3년 치 연봉을 몽땅 날리고서야 주식 한 주의 가치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이 생겨 기업 가치를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허 사장은 장고 끝에 다수가 하지 않는 주식 투자법을 갈고 닦아보기로 했다. 당시만 해도 기업 정보가 귀해 자신이 머문 강남 지점에서 기업의 보고서가 비치된 여의도 한국거래소를 수시로 오가면서 독학으로 기업의 수익가치 등 개념에 눈을 떴다고 했다.

그러다 그는 7년 차 대리 시절인 1995년 자회사 신영자산운용 창업 멤버로 합류했다. 증권사 직원 600명 중에서 2명만 뽑는 펀드매니저에 뽑혔다.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신영자산운용이 굴리는 국내 주식형 펀드 규모는 4조5천억원으로 자산운용업계에서 가장 크다. 대표 주식형 펀드인 '마라톤펀드'는 2002년 설정 이래 누적으로 526%의 수익률을 올렸다. 2003년 선보인 밸류 고배당펀드는 2조3천억원 규모의 설정 이래 640%를 넘는 수익을 냈다.

허 사장은 제대로 된 주식을 아무도 관심 두지 않아 쌀 때 발견해 투자하면 적게는 2∼5배 많게는 10배씩 수익이 난다고 투자법을 설명했다.

그는 "가치투자는 마라톤 하듯이 해야 하며 투자가는 낙관적이어야 한다. 주식을 고르는 것보다 10배까지 갈 때까지 기다리는 게 어려운 일이다. 기업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억만금을 주기 전까지 팔지 않아야 성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허 사장은 "스튜어드십 코드가 주가 상승과 배당금 확대 등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수 있어 투자자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국내 주식이 비싸지면 해외 투자 펀드 투자도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indig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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