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아니고 다시 시작입니다"…'촛불' 이끈 퇴진행동 해산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제창하며 공식 해산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촛불과 함께한 모든 날이 행복했습니다. 세상을 바꿀 촛불은 계속됩니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23차례에 걸쳐 1천700만 촛불을 이끈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이 목표 달성과 해산을 공식 선언했다.
퇴진행동 공동대표와 관계자들 약 40명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해산선언 및 촛불대개혁 호소' 기자회견을 열어 "퇴진행동은 박근혜 정권 퇴진이라는 소임과 역할을 다했기에 국민들께 해산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퇴진행동은 "늦가을에 시작해 매서운 한파를 뚫고 새봄이 올 때까지 촛불을 꺼트리지 않은 시민들이야말로 위대한 촛불항쟁, 촛불혁명의 주인공들이고 세월호 가족들이 촛불의 버팀목이 돼줬다"고 시민과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공을 돌렸다.
이들은 촛불집회에 대해 "시민들의 힘으로 부패한 권력이 무너졌고 촛불 민심으로 새로운 정부가 출범했음이 자랑스럽다"며 "광장 자체가 민주주의 학습장이었고 해학으로 어우러진 축제장"이었다고 평가했다.
최종진 퇴진행동 공동대표(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는 "촛불집회는 민중총궐기를 시작으로 (시위 당시 경찰 물대포에 맞고 숨진) 백남기 어르신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노력과 국정교과서 강행에 대한 반발,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지킴이 등 모두가 투쟁을 포기하지 않고 싸운 것이 응축돼 역사를 만든 것"이라고 논평했다.
2천300여 시민·노동단체의 모임인 퇴진행동은 해산 이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은 해산에 대해 "끝이 아니고 다시 시작"이라며 앞으로도 적폐 청산과 촛불대개혁 등 '촛불의 명령'과 남은 과제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박석운 퇴진행동 공동대표(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퇴진행동은 해산하지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촛불항쟁 시즌2'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박래군 공동대표(4·16연대 상임운영위원)도 "앞으로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에 대해 명확한 설정 없이 막을 내리게 돼 두려움이 든다"며 "30년 전 6월항쟁 이후 결과를 정치권에만 맡겨뒀던 우를 범하지 말고 더 민주적인 세상을 만들고 적폐청산·사회개혁을 만들어가기 위해 더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해산 이후 기록기념위원회를 구성해 그간 촛불집회가 걸어온 길을 집대성한 백서를 만들어 촛불집회 2주년이 되는 내년 10월29일 기록을 세상에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광화문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줄 수 있는 기념사업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퇴진행동은 이날 재정운용계획도 공개했다. 지난해 10월29일부터 올해 5월12일까지 수입액은 후원금·모금 등 약 39억8천만원, 촛불집회를 치르는 과정에서 지출액은 약 32억1천만원이다.
잔액 약 7억7천만원은 백서사업과 미디어기록사업, 올해 11월 예정된 '촛불 1년 문화제', 적폐청산 투쟁 지원, 법률대응 등으로 쓸 예정이다.
참가인원에 대한 추계치도 다시 공개했다. 탄핵심판 이전인 19차 집회까지 연인원 1천588만2천명이, 마지막 집회인 23차 집회까지 총 1천684만8천명이 참석했다는 것이 퇴진행동의 추산이다.
가장 많은 인원이 참석한 집회는 232만1천명이 모인 지난해 12월3일 6차 집회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킨 촛불항쟁 만세! 촛불혁명 만세!'를 외치고 국민을 향해 두 차례 인사를 한 뒤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노래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를 제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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