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점령한' 검사들…탈검찰화·문민화 개혁 이번엔?
문 대통령 "법무부, 고위 검사 자리 보장해주는 곳 아니다"
검사장급 간부 축소 예고…일반공무원·외부인사 충원 전망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의 뿌리 깊은 기수 문화를 뒤흔드는 파격적인 서울중앙지검장 발탁 인사 카드를 꺼내 드는 등 고강도 검찰 개혁에 시동을 걸면서 법무부의 '탈(脫) 검찰화'도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고개를 든다.
문 대통령은 대선 때 법무부의 탈 검찰화, 즉 '법무부 문민화'를 대표 검찰 개혁 공약으로 내세웠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강금실 장관을 앞세워 법무부 문민화를 추진한 바 있으나 검찰의 조직적 반발에 밀려 별 소득을 거두지 못한 바 있다.
상호 견제기구로 자리 잡아야 할 법무부와 검찰이 부적절하게 '한 몸'으로 얽혀 검찰을 견제하면서 지휘·감독해야 할 법무부는 제 기능을 못 하고, 검찰은 쉽사리 정치권력과 부적절한 공생 관계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현 정부의 인식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사장급 이상 고위 검사들이 법무부에 대거 포진하면서 이들의 인사권을 쥔 청와대가 법무부를 거치면 일선 검사들의 수사에 어렵지 않게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해서 제기된 바 있다.
작년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비위 의혹과 최순실(61·구속기소)씨의 국정농단 의혹 사건이 불거진 이후 안태근(51·사법연수원 20기) 당시 검찰국장이 우 전 수석과 1천 차례 이상 통화한 것으로 드러나 부적절 논란을 일으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새 정부 검찰 개혁을 가속하는 계기가 된 '돈 봉투 만찬' 사건 역시 검찰과 법무부의 적나라한 '동거 관계'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탓에 법무부와 검찰의 인적 교류 축소 또는 단절을 통한 법무부 문민화가 두 조직 사이의 건전한 관계 형성의 전제가 된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앞서 문 대통령은 2011년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펴낸 저서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검찰의) 수사와 기소, 공소유지 업무 역시 국가 행정의 하나인 이상 이에 대한 견제는 필수"라며 이는 "법무부 본연의 기능이고 더욱 강화해야 할 기능"이라고 밝혔다.
법무부 문민화는 검찰 간부들의 법무부 보직 축소로 구체화할 전망이다.
법무부는 검찰의 인사·조직·예산 통제 기능 등 검찰행정 외에도 교정·범죄예방·출입국외국인·인권 옹호 등 다양한 법무행정 업무를 수행한다.
그러나 대통령령인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를 보면 법무부 간부 중 보임 자격을 정해둔 60여개 직책 가운데 검사가 맡을 수 있는 보직은 절반인 30여개에 달한다. 실제로 법무부에 파견된 부장검사급 이상 간부만 31명에 달하고 평검사까지 합치면 7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법무부 장·차관 자리 외에도 기획조정실장, 법무실장, 검찰국장, 범죄예방정책국장, 감찰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등을 검사장급 검찰 간부들이 차지하고 있다. 인권국장은 차장검사·지청장급이 맡고 있으며 검사가 아닌 실·국장급 공무원은 교정본부장 한 명이 유일하다.
문 대통령은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법무부가 검사들에게 고위직 자리를 보장해주는 곳이 돼서는 안 된다"며 "법무부 인력을 검사가 아닌 법률 전문가로 충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법무부 탈 검찰화는 공석인 법무부 장관 인선 이후 검찰의 대대적 인적 쇄신 과정에서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만 현행 대통령령이 기조실장, 검찰국장, 법무실장, 범죄예방국장 등 핵심 실·국 간부에는 검사만 임명할 수 있도록 규정해 관련 규정 개정 작업이 끝나야만 본격적으로 일반공무원과 외부 전문가들이 법무부 핵심 간부로 기용될 수 있어 관련 규정 개정 작업이 우선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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