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6·25 전사자 어머니 여행일기 다큐로 제작
2016년 출간 '부산으로 가는 길' 소재…8월 상영 예정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아들을 생각하며 56년 전 호주에서 한국 부산까지 찾아온 어머니의 여행일기가 다큐멘터리로 제작된다.
호주 언론인 루이스 에번스(55·여) 씨는 17일 오전 삼촌 빈센트 힐리 병장이 영면한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을 방문했다.
호주 시드니 한국문화원과 아리랑TV가 공동으로 제작하는 다큐멘터리 '부산으로 가는 길'(Passage to Pusan)을 촬영하기 위해서다.
이 다큐멘터리는 에번스 씨가 2년여의 작업 끝에 2016년에 출간한 책과 제목이 같다.
빈센트 힐리 병장의 어머니인 델마 힐리씨가 아들의 전사 소식을 접하고 10년 만에 아들의 행적을 찾아 나선 이야기를 내용으로 한다.
에번스씨는 "이번 다큐멘터리는 책과 달리 제가 직접 출연해 할머니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형식"이라며 "호주와 한국의 문화적이고 정서적인 교류에 기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에번스 씨는 1961년 당시 56살이던 할머니가 부산을 방문하면서 쓴 여행일기를 토대로 편지와 생존 가족들의 증언 등을 책에 담았다.
자녀 10명을 뒀던 힐리 씨는 당시 보통의 여성들처럼 빈곤과 집안의 잡다한 일, 남편의 폭력 등에 시달리며 살았다.
그러던 중에 한국전에 참전했던 큰아들의 전사 소식을 접하고 삶을 포기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극적으로 생각을 바꿔 아들의 행적을 찾아 부산을 방문하기로 하고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그렇게 10년이 흐른 뒤에 그녀는 크루즈선 C급 선실에 올라 부산을 향한 약 1만5천㎞의 먼 여행길을 떠난다.
다큐멘터리 제작진은 이런 사연을 토대로 올해 2월부터 호주와 한국을 오가며 영상 촬영을 하고 있다.
이미 부산 국제시장, 해운대, 영도다리 등의 촬영을 마쳤고, 비무장지대를 비롯해 고인이 전사한 강원도 원주 매화산 등을 이번 주 중으로 촬영한다.
다큐멘터리는 호주 시드니 한국문화원이 올해 8월∼9월 호주의 주요 도시를 순회하며 개최하는 호주한국영화제에서 상영할 예정이다.
아리랑TV는 전 세계 190여 개 국가에도 이 다큐멘터리를 방영한다.
호주에서는 관련 자료와 사진 전시회도 함께 열린다.
호주 시드니 한국문화원 안신영 원장은 "호주와 한국 부산을 잇는 이야기가 책을 넘어 영상물로도 남길 가치가 있어 다큐멘터리 제작을 제안했다"며 "전 세계의 관객과 시청자들의 공감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pitbul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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