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즉결처형 보고관 기습 방문에 필리핀 정부 항의
"공식 절차 어겼다"…유엔 "포럼 참석 위한 사적인 방문"
(제네바=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재판 없는 사형(즉결처형) 문제를 다루는 유엔 특별보고관이 마약과의 전쟁으로 인권 침해 논란을 일으킨 필리핀을 '기습' 방문해 필리핀 정부의 항의를 받았다고 AFP통신 등이 5일(현지시간) 전했다.
아그네스 칼라마르드 즉결처형 특별보고관은 이날 국립 마닐라 대학 연설에서 폭력적인 방법으로 마약 문제를 처리하는 여러 정부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필리핀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주시해왔다고 말했다.
칼라마르드 특별보고관은 "마약과의 전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필리핀 정부의 폭력적인 문제 해결 방식을 비판하고 정부에 항의하는 필리핀 국민을 격려했다.
그는 "정치인과 정부 관료들 사이의 논쟁을 들었고 경찰과 군대가 저지른 일들을 조사했다"며 "마약과의 전쟁에는 더 나은 방식, 다른 선택도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정부는 칼라마르드 보고관의 방문 일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그가 방문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유엔에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항의했다.
칼라마르드 보고관은 사전에 필리핀 정부와 일정을 조율하지 않았다.
에르네스토 아벨라 필리핀 대통령 대변인은 "균형을 갖고 문제를 바라보는 데 관심이 없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라고 비난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즉결처형 문제와 관련해 지난해 칼라마르드 보고관을 초청하면서 자신과 토론하는 것을 포함해 몇 가지 조건을 내걸었고 칼라마르드 보고관을 이를 거부했다.
칼라마르드 보고관은 유엔 특별보고관 자격으로 온 게 아니며 사적으로 포럼에 참석하는 게 방문 목적이라고 밝혔지만, 포럼에서 많은 인권 관련 단체, 변호사 등과 접촉했다.
유엔은 그가 유엔에 고용된 직원이 아니고 독립적인 활동을 하는 위치에 있고 사적인 방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작년 7월 출범한 두테르테 정권은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공식 집계된 수만 2천692명을 즉결 처형했다.
유엔인권이사회(UNHRC)는 8일 국가별 인권상황 정기검토(Universal Perodic Review) 회의를 열고 필리핀 관련 보고서를 논의한다.
minor@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