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배팅볼 투수 '두개골' 보호하는 특별한 모자
올해도 신인 투수 타구에 얼굴 맞는 끔찍한 사고 발생
롯데, 배팅볼 투수 안전 위해 올해부터 보호장구 착용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140g 남짓한 야구공도 시속 150㎞가 훌쩍 넘는 속도로 날아오면 흉기로 돌변한다.
투수의 손끝에서 날아오는 강속구든, 타자의 배트와 만나 힘차게 뻗는 타구든 선수의 얼굴 쪽으로 날아오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1920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는 레이 채프먼이라는 선수가 상대 투수가 던진 공에 머리를 맞고 숨지는 사고가 벌어졌지만, 모든 타자가 단단한 헬멧을 쓰는 데는 50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겁쟁이'라고 손가락질받기 싫다는 오기에서였다.
이제는 전 세계 야구 경기를 하는 모든 나라에서는 타자가 헬멧을 쓴다. 심지어 얼굴에 투구를 맞는 걸 방지하기 위해 안면 부위에 판을 덧댄 '검투사 헬멧'이라는 것도 등장했을 정도다.
이처럼 야구 헬멧은 타자의 두개골을 보호하기 위해 꾸준히 발전해왔지만, 투수는 여전히 위협에 노출돼있다.
배트 중심에 맞은 타구는 최대 시속 200㎞ 가까이 나온다. 타자와 투수의 거리인 18.44m를 날아가는 데는 고작 0.3초의 시간밖에 안 걸린다. 제아무리 반사신경이 뛰어난 투수라도 피하기 힘든 찰나의 시간이다.
투수가 타구에 머리를 맞아 다치는 건 잊을 만하면 일어나는 불행한 사고다. KBO리그에서도 지난달 25일 신인 투수 김명신(두산)이 얼굴에 타구를 맞아 얼굴 뼈 세 군데가 부러지기도 했고, 김광삼(LG)은 지난해 2군 경기에서 머리를 강타당해 두개골 골절상을 입고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이런 실정에도 투수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뾰족한 대책은 없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충격을 흡수하는 소재로 제작한 특수 모자가 이미 나왔지만, 불편하다는 평가를 받고 선수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대신 배팅볼 투수의 머리를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이 한국에도 시작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소속 배팅볼 투수는 경기 전 배팅볼을 던질 때 서유기의 주인공 손오공이 머리에 낀 '금고아'와 같은 흰색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투구한다.
배팅볼 투수는 보호그물 뒤에 숨어서 투구하지만, 마운드보다 앞에서 공을 던져 머리 쪽으로 날아오는 빠른 공에는 속수무책으로 다칠 우려가 크다.
지난해까지 배팅볼 투수에게 타자 헬멧을 씌웠던 롯데는 그게 불편하다는 지적을 수용해 올해에는 일본에서 전용 헤드기어를 구매해 사용 중이다.
김창락 롯데 자이언츠 사장은 올해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일본팀 배팅볼 투수가 헤드기어를 착용하고 던지는 걸 보고 즉시 적용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롯데 구단은 일본 야구용품 전문사 '제트'에서 만든 머리 보호장구 10개를 구매했다. 구단 관계자는 "개당 가격은 7~8만원이며, 훈련 보조요원(배팅볼 투수)의 반응도 좋다. 우리 구단이 처음 도입했는데, 요즘에는 다른 구단에서도 구입처를 문의한다"고 귀띔했다.
머리 보호장구는 자신의 손끝을 떠난 깨끗한 공이 얼굴 쪽 '라인 드라이브'로 돌아올 때마다 가슴 졸였던 배팅볼 투수가 가장 반긴다.
롯데에서 훈련보조 요원으로 일하는 이상엽 씨는 "지금까지 사용한 장비와 달라 공을 던질 때는 아무래도 불편감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안전을 생각해 반드시 착용하고 던진다. 그게 마음이 편하다. 안전망이 있더라도 배팅볼은 투수보다 가까이서 던져 언제든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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