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프로농구 챔프전, 변수 된 감정싸움
삼성-인삼공사 선수들, 경기 전 인사 안 하고 경기 후엔 공개비난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16-2017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이 역대 최고조의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안양 KGC 인삼공사와 서울 삼성 선수들은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부터 '엘보우 플레이'를 두고 으르렁거리더니,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상대 선수들을 '저격'하는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양 팀 선수들의 신경 싸움은 특정 선수에 관한 팬들의 야유로 번지고 있다.
시작은 20일 KBL 센터에서 열린 양 팀의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 때 시작했다.
삼성 주희정이 인삼공사 양희종에게 "수비할 때 팔꿈치를 쓰는 더티한(더러운) 플레이를 하는 것 같다"라고 신경을 긁었고, 양희종은 "(문)태영이 형도 팔꿈치를 많이 쓴다"라며 응수했다.
불붙기 시작한 신경전은 경기에서 폭발했다.
23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인삼공사 이정현이 삼성 이관희의 목 부위를 밀어 넘어뜨렸고, 격분한 이관희가 일어나 이정현을 밀어 코트에 나뒹굴게 했다.
이관희는 1경기 출전 정지와 제재금 200만원, 이정현은 제재금 15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양 팀 선수들의 신경전은 관중들의 야유로 더 심해졌다.
이정현은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3차전에서 경기 내내 삼성 팬들의 야유에 시달렸다.
그는 경기에서 승리한 뒤 기자회견에서 "처음 겪는 일이라 심리적으로 흔들렸는데, (양)희종이 형이 신경 쓰지 말라고 격려해줬다"라고 말했다.
인삼공사의 주장 양희종은 "이겨야 인터뷰실에 들어올 수 있으니까 꼭 이기고 싶었다"라며 "이정현이나 이관희나 다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보지만 여론이나 팬들의 반응이 너무 한쪽으로만 몰아가는 상황이 섭섭했다. 경기에서 승리해 꼭 이 말을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양 팀의 신경전은 28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4차전에서 극에 달했다.
경기 승리 후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이관희는 "2차전이 끝난 뒤 인삼공사의 기자회견 내용을 봤다"라며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려 해도 승리를 해야 기회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선수들이 4차전을 앞두고 더 이를 갈고 나온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관희는 연세대 1년 선배인 이정현을 계속 '그 선수'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함께 참석한 문태영은 "3차전에선 (슈팅 능력이 떨어지는)양희종을 내버려둬 실점을 많이 허용했는데, 4차전에선 수비에 신경 써 효과적인 경기를 펼칠 수 있었던 것 같다"라며 "상대방의 자극에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라고 말했다.
2승 2패로 균형을 맞춘 양 팀은 30일 안양에서 5차전을 치른다.
양 팀 선수들은 경기 전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지도 않을 만큼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다.
거친 플레이와 선수들의 흥분, 관중들의 야유 등이 챔피언결정전의 변수로 떠올랐다.
cy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