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불면 딴 코스 되는 KGT 전남오픈 개최 무안CC
바람불 때 80타 친 선수가 바람 잠잠하자 8언더파
(무안=연합뉴스) 권훈 기자= "그려, 무안 바닷바람에 한번 혼나보더라고…"
한국프로골프투어(KGT) 유진그룹/올포유 전남오픈이 2라운드가 열린 28일 오후 전남 무안 골프장 10번홀 티박스에서 막 경기에 나선 선수들 뒤에서 갤러리 한 명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무안 골프장은 오전과 오후가 완전히 다른 코스로 바뀐다.
오전이면 잠잠하던 바닷바람이 오후가 되면 깃대가 바짝 누울 만큼 강해지기 때문이다.
오전에 경기에 나선 선수가 9번 아이언으로 치던 거리를 오후에 경기하는 선수는 6번 아이언을 쳐야 한다.
게다가 그린이 표변한다. 오전에는 부드럽던 그린이 바람에 바싹 마르면서 단단해진다. 매끄럽던 그린 표면이 울퉁불퉁해진다.
오전에 신나는 버디 파티를 벌이던 선수들은 오후가 되면 파세이브에 급급한다.
오전과 오후에 코스 컨디션이 달라지는 것은 모든 프로 대회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무안 골프장은 차이가 너무 심해 선수들은 서로 다른 코스에서 경기하는 느낌이라고 입을 모았다.
경기 시간이 오전이냐 오후냐에 따라 선수들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전가람(22)은 오후 1시에 티오프했던 1라운드에서 3오버파 75타를 쳤지만 오전 7시20분에 시작한 2라운드에서 무려 8언더파 64타를 때려냈다.
전가람은 "어제는 바람과 싸우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린이 너무 어려웠다. 오늘은 그린이 부드러워서 경기가 한결 수월했다"고 말했다.
전날 오후 1시10분에 경기를 시작해 바람에 시달린 끝에 4오버파 76타를 쳐 고개를 숙였던 권성열(31)은 이날 버디 7개를 잡아내며 6타를 줄였다. 그는 2라운드에서 오전 7시30분에 티오프해 낮 12시께 경기를 끝냈다.
1라운드에서 8오버파 80타를 쳐 컷 탈락 위기에 몰렸던 이동하(35)는 2라운드에서 8언더파 64타를 뿜어내 중위권으로 올라왔다.
이동하는 첫날에는 오전 11시30분에 티오프해 강풍 속에서 경기를 치렀지만 2라운드에서는 오전 7시50분에 경기에 나서 바람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이동하는 "어제 바람 속에서 칠 때는 그린이 너무 단단해서 샷을 어디에 떨궈야 할 지 가늠도 되지 않았고 퍼팅할 때도 라인을 제대로 타지 않아서 당황스러웠다"면서 "오늘은 샷과 퍼팅이 모두 안정감을 느끼고 했다"고 말했다.
KGT 지민기 경기위원은 "오전에는 스팀프미터로 3.2m 안팎이던 그린 스피드가 오후 4시께에는 거의 4m까지 올라가는 등 그린 컨디션이 오전과 오후가 판이한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지 위원은 "3, 4라운드는 상위권 선수들이 대부분 바람 속에서 경기를 치르게 되어 있어 코스 컨디션을 잘 파악하고 활용하는 선수가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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