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양, 허가안 된 주름개선 실 대통령에 시술하려 했다"
박채윤 와이제이콥스메디칼 대표 법정 증언
"대통령, 정 교수 경험없다 하자 어이없어 해"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정기양 전 대통령 자문의가 임상 실험이 끝나지 않은 실로 박근혜 전대통령에게 주름개선 시술을 하려 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청와대를 '비선'로 드나들었던 김영재 원장의 부인 박채윤씨는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김태업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정 교수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은 내용을 증언했다.
박씨는 김영재 원장이 개발한 주름개선 시술, 일명 '뉴 영스 리프트'에 사용되는 의료용 실을 판매하기 위해 '와이제이콥스메디칼'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운영했다.
박씨는 김 원장이 개발한 실의 임상 실험을 위해 2012년 12월 정 교수를 소개받았다고 증언했다.
정 교수는 실험을 하려면 자신이 잘 알아야 한다며 김 원장의 병원에 와서 직접 리프팅 시술을 받았고, 그 무렵 시술에 이용되는 실을 달라고 했다고 한다.
정 교수는 이듬해 2월께 박 전 대통령의 자문의가 된 후 박씨를 불렀다고 한다.
박씨는 "(정 교수가) 주말에 청와대에 들어가서 대통령에게 보톡스와 필러 시술을 했는데, 우리 실을 소개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실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정 교수가) 이번 기회에 실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겠냐는 식으로 말씀했다"고도 증언했다.
박씨는 당시 정 교수의 이런 말을 듣고 매우 놀랐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때 아직 임상 실험도 안 되고 수술 케이스도 안 해보셨는데 대통령 얼굴에…굉장히 놀라서 말도 안 되는 말씀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애초 김영재 원장을 자문의로 소개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으니 자신이 직접 대통령에게 시술하겠다고 말했다고 박씨는 증언했다.
박씨는 정 교수에게 반대의 뜻을 전한 뒤 며칠 후 남동생을 보내 정 교수에게 줬던 실을 회수해 왔다고 증언했다.
그러자 당시 대통령 주치의였던 이병석 세브란스 병원장이 실 회수를 안타까워 하면서 "이 시술을 대통령에게 하면 좋겠다. 여러 면으로 회사에 좋으니 협조해달라"고 말했다고 박씨는 말했다. 이 원장은 "대통령이 미용보다는 안면 비대칭에 관심이 많으니 실을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는 게 박씨 증언이다.
박씨는 그러나 이 원장에게도 대통령에게 쓰려는 실은 제공할 수 없다고 반대의사를 전했다고 증언했다.
이후 정 교수가 그해 7월 하순께 박씨의 남동생에게 연락해 "큰 어머님이 안면 장애가 있어 시술해야 하니 실을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한다.
이상한 낌새를 챈 박씨가 인터넷을 통해 확인해보니 대통령의 휴가가 그 무렵으로 확인돼 큰 어머님이 아닌 대통령에게 시술하려는 걸 알고 실 제공을 거절했다고 한다.
정 교수는 지난해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당시 대통령에게 김 원장의 리프팅 시술을 하려 하지 않았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해 연말 박씨는 김영재 원장과 함께 청와대 관저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고 한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박씨 부부에게 2006년 피습으로 생긴 얼굴 흉터로 감각에 이상이 생겼다고 문의하며 실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이어 "주치의가 실을 달라고 했는데 안 주고 왜 빼앗아 갔느냐"고 했다는 게 박씨 증언이다.
박씨는 그 자리에서 '뉴 영스 리프트' 시술이 대통령 생각처럼 간단한 시술이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이 "정 교수는 영스 리프트 시술울 몇 케이스 했느냐"고 물었고, 박씨가 "정 교수는 경험이 없다"고 하자 대통령이 어의없는 반응을 보였다는 게 박씨 증언이다.
박씨는 대통령에게 시술에 쓰이는 해당 실이 아직 허가받지 않았다는 것도 말했고, 이에 박 전 대통령이 굉장히 놀란 반응이었다고 박씨는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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