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탄압 비판한 리처드 기어 "中 방해로 영화 출연 막혀"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불교 신자로 티베트의 영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오랜 친구이기도 한 미국의 유명 배우 리처드 기어가 할리우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점증하면서 자신이 영화 출연에서 갈수록 배제되고 있다고 밝혔다.
티베트에 대한 중국의 지배에 항의해온 기어는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을 촉구하는 한편 각종 인터뷰와 길거리 시위, 그리고 아카데미상 시상식장에서까지 중국의 티베트 탄압을 비난해왔다.
20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기어는 '할리우드 리포터'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측이 자신의 출연에 거부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자신이 출연할 수 없는 영화들이 있다면서 또 자신이 출연할 경우 중국의 심기를 거스를 것을 우려해 투자가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밝혔다.
한번은 중국 내 상연 계획이 없는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 2주 전 중국인 감독이 촬영 불가를 통보해왔다면서 중국인 감독은 비밀 통화를 통해 만약 기어가 출연하는 영화를 연출할 경우 자신과 가족이 평생 중국을 떠날 수 없으며 영화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혀왔다고 전했다.
1980년 작 '아메리칸 지골로'에서 2002년 '시카고'에 이르기까지 할리우드의 흥행메이커였던 기어는 2008년 '나이트 인 로댄스' 이후 주요 영화사의 작품에 출연하지 못한 채 독립영화사의 저예산 영화에 출연해 왔다.
기어는 주요 영화사들의 외면이 할리우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때문으로 확신하고 있다.
기어가 지난 1993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장에서 원고에도 없는 발언을 통해 티베트의 끔찍한 인권상황을 비난할 때만 해도 할리우드에서 중국의 중요성은 미미했으나 지금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은 영화를 만들고 있으며 하루 25개소꼴로 영화관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 내 영화 관람객 수는 2011년 이후 3배가 증가했으나 미국의 경우 거의 증가가 없는 편이다. 중국 없이는 할리우드가 유지될 수 없다는 업계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할리우드 영화제작자들은 중국측 검열 요구에 맞춰 영화를다듬고 있다.
기어는 그러나 최근 상황 변화에 개의치 않는다고 말했다. 거대 자본이 동원되는 블록버스터에는 관심이 없으며 지난 30여 년간 성공을 거둔 만큼 이제는 소규모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대인 정치해결사 역을 맡은 '노먼' 등 기어의 최근 출연작은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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