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말을 줄여라, 그리고 통치하라"
일레인 카마르크 하버드대 행정대학원 교수 '대통령은 왜 실패하는가'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역사상 대통령들은 수많은 실패를 했다. 물론 항상 성공만 할 수는 없다. 어느 한 정책에서 실패했다고 해서 재임 기간 전체를 깎아내릴 수는 없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의 일레인 카마르크 교수는 '대통령은 왜 실패하는가'(한국경제신문)에서 "실패를 완전히 피해갈 수는 없지만 적어도 최소화할 수는 있다"며 대통령의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실패를 줄이기 위한 조언을 내놓는다.
빌 클린턴 대통령 당시 백악관에서 근무하기도 했던 저자는 우선 대통령이 갖춰야 할 조건으로 정책과 커뮤니케이션, 실행 능력의 조화를 든다. 이들 세 능력이 조화를 이루지 않으면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실패로 이어진다고 본다.
저자는 이 중 오늘날 대통령들이 가장 간과하는 요소가 실행력이라고 말한다. 미디어 시대 대통령들은 커뮤니케이션에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행정 조직의 관리와 정책 실행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책은 그런 사례로 지미 카터 대통령이 이란에서 인질 구출 작전에 실패했던 일,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기 몇 달 전 조지 부시 대통령 대외정책팀의 실패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당시의 비상대응 실패,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케어) 홍보에 집착하느라 정작 시행 첫날 웹사이트가 다운되는 일을 막지 못했던 일을 제시하며 당시 대통령의 실행력 부족이 어떻게 재난을 불러오는지를 살핀다.
그중 9·11 테러 당시 상황을 살펴보자. 2000년 연말 미국의 많은 정보기관은 알카에다가 테러 공격을 감행할 역량과 의지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새로 꾸려진 조지부시 행정부의 국가안보팀에는 냉전에 관한 베테랑이 많았다. 냉전 시대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그들의 머릿속에는 옛 냉전 시대의 적인 러시아를 대체한 중국이 먼저 자리했다. 여러 경고신호에도 테러의 위협은 주요 의제에서 한참 뒤로 물러나 있었다. 부시 대통령 역시 정보기관의 탈냉전 시대 역할에 대해 특별한 관심이 없었다. 냉전 시대 위협과는 다른 새로운 성격의 위협에 맞서 정보기관을 개혁하고 구조조정을 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고 이는 결국 9·11 테러라는 결과를 낳았다.
실패의 원인을 분석한 저자는 성공을 위한 조건도 제시한다.
먼저 커뮤니케이션에 집착하지 말고 말을 하는 대신 통치를 시작하라고 권한다. 말로써 실패를 모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방대한 정부 조직에서 각 부서의 조직 역량을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임기 첫해에는 정부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정부가 아는 것과 알고 있지 않은 것을 이해하기 위해 배우고 익히는 시간을 가지라고 말한다. 과거의 대통령이 제왕적 대통령과 수사적 대통령이었다면 이제는 관리자형 대통령이 되어 정부 기관의 역량과 한계를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대통령의 실패는 필연적인 것이 아니다"라면서 "오늘날의 대통령에게 실패는 원래부터 예정된 것도, 항상 통제할 수 없는 여건 때문에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안세민 옮김. 264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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