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에서 끌려나온 승객 뿔났다…법적조치 앞서 증거보전 신청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 비행기에서 내려달라는 항공사 측의 요구를 거부하다가 강제로 끌려 나온 승객이 항공사를 상대로 한 법적 대응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계로 켄터키 주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진 데이비드 다오(69)의 변호사들은 지난 9일(현지시간) 밤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의 유나이티드항공 3411편에서 벌어진 상황을 보전해 달라는 긴급요청을 일리노이 주 법원에 12일 제출했다고 밝혔다.
변호사들은 유나이티드항공과 시카고시가 감시카메라, 조종석 음성 녹음, 승객 및 승무원 리스트, 사고경위보고서 등을 보전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변호사들은 피해자인 다오가 현재 이들 증거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 증거가 안전하게 보전되지 않는다면 심각한 손해가 닥칠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같은 요청은 법적 대응을 염두에 두고 증거 훼손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다오는 항공사 측이 오버부킹(초과예약)을 이유로 내세워 강제로 내리도록 찍은 네 명 중 한 명이다. 다오는 다른 세 명과 달리 항공사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경찰 등 공항 운영 당국자들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갔다.
강제로 끌려 나가는 과정에서 입에서 피를 흘리는 모습 등이 다른 승객의 스마트폰에 촬영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미국에서는 물론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항공사의 과잉 조치에 대한 공분이 일었다.
특히 승객을 내리도록 했던 이유가 처음 항공사 측이 내세웠던 오버부킹이 아니라 다른 승무원들을 태우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분노를 키웠다.
당시 무력을 행사했던 당국자는 바로 다음 날 휴가를 떠났으며, 현장에 같이 있었던 경찰 두 명도 휴가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 다음날 승무원의 잘못은 없다고 두둔해 파장을 키웠던 유나이티드 컨티넨탈 홀딩스의 오스카 무노즈 최고경영자(CEO)가 뒤늦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한편 비행기에 탑승했던 모든 승객에게 항공료에 준하는 보상을 해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사태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의 정치인, 그리고 아시안-아메리칸 권리 옹호자들이 당국의 조사를 촉구하고 나섰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 "끔찍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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