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계좌 변경됐습니다"…국제 무역사기 인출책 검거
무역회사 해외담당자 이메일 해킹…2억6천만원 가로채
(예산=연합뉴스) 김소연 기자 = 무역회사 해외담당자의 메일을 해킹해 무역대금을 제3의 계좌로 입금하도록 유도하는 이른바 '스캠'(SCAM)에 인출책으로 가담한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충남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0일 사기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A(56)씨를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해외에 근거지를 두고 있는 스캠 일당은 지난해 7월 "기업 한국 지사의 회계 담당자를 구한다"는 영어 메일을 무작위로 보냈다.
무역업에 30년 넘게 종사하다 마침 사업이 어려워져 돈이 필요했던 A씨는 이 메일을 보고, 사기 일당에게 자신의 개인정보와 계좌번호 등을 보냈다.
인출책으로 A씨가 구해지자, 스캠 일당은 충남의 한 무역업체 해외영업 담당자의 이메일을 해킹했다.
이어 이 회사와 거래하고 있는 캐나다의 한 업체에 "대금 입금 계좌가 변경됐다"고 속이고서 A씨의 계좌를 알려줬다.
캐나다 업체는 무역회사 해외무역 담당자의 실제 메일 계정인 데다, 메일에 거래 물품과 수량 등도 정확하게 적혀 있어 의심 없이 A씨의 계좌로 돈을 보냈다.
이 수법으로 국제 무역 사기 일당은 충남과 경기의 무역업체 두 곳을 해킹, 지난해 8월부터 10월까지 무역대금 2억6천만원을 A씨 계좌로 가로챘다.
A씨는 수수료 5%를 제외한 금액을 나이지리아, 베트남의 송금전문은행을 통해 국제 무역 사기 일당에게 보냈다.
피해업체들은 대부분 중소 업체들로, 무역대금이 제때 들어오지 않자 사기당한 것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해외 업체에서 시킨 일을 했을 뿐이다. 사기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무역업을 오래 해 이 돈이 사기 범행과 관련된 것을 알았고, 무역 사기 일당과 범행과 관련된 이메일을 주고받은 점 등을 토대로 그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A씨에게 지시를 내린 해외의 사기 일당에 대해 국제 공조수사를 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메일 해킹을 당하지 않도록 백신을 설치하는 등 보안을 강화하고, 대금 결제 계좌를 변경할 때는 전화나 팩스 등으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so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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