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90%가 도시에 사는데…좋은 도시란 무엇인가
신간 '도시에서 도시를 찾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90% 이상이 도시에 거주한다. 그러나 급격한 도시화 속에 형성된 우리의 도시는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다. 개발 일변도의 정책 속에 도시는 무질서하게 확장됐고 시끄럽고 혼잡하다. 상권이 활성화된 뒤 임대료 상승을 견디지 못해 원래 그 지역에 기반을 뒀던 상인이나 사람들이 떠나게 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최근에 나타난 도시 문제 중 하나다.
신간 '도시에서 도시를 찾다'(한숲 펴냄)는 '좋은 도시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책이다.
사람들의 생각과 도시마다 처한 환경이 모두 달라 정답은 없다. 하지만 저자인 김세훈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9개의 키워드를 통해 우리나라와 세계 각 도시의 사례에서 좀 더 이상적인 '좋은 도시'의 모습을 모색한다.
첫 번째 키워드는 규모다.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하나의 이상적 크기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정 규모에 대한 고민은 전 세계 모든 도시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난다. 도시들은 크고 작은 신도시개발과 균형발전 정책 등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저자는 우선 걷기 정도의 비교적 느린 속도의 이동수단과 자전거 정도로 일상생활의 대부분을 누릴 수 있는 소생활권들이 여럿 있는 형태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들 소생활권 내에서는 적어도 자동차가 걷기보다 이동에 편해서는 안 된다. 서울에서는 청계천 상류의 서린동과 무교동, 다동 일대에서 이러한 실험을 해볼 만하다고 제안한다.
도시의 구시가지, 특히 과거에 신시가지로 개발됐다가 오늘날 구시가지가 된 곳들을 어떻게 가꿔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도 제기한다. 예를 들어 서울의 제기동 약령시장과 황학동 중앙시장 주변 저층 과밀지구는 20세기 중반을 전후해 4대문밖 신시가지로 개발됐지만 21세기에는 구시가지가 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저자는 이들 지역을 개발이냐 보존이냐 같은 이분법적 구분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지역 특유의 멋과 격을 살려보자며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을 모델로 든다.
19세기 미국 맨해튼의 신시가지였던 브루클린은 오늘날 재능있는 예술가와 젊은 창업가, 패션계 인사들이 자리 잡으며 독자적인 개성을 갖춘 곳이 됐다.
시간성 문제도 중요하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파크(DDP)는 시간성의 문제가 충돌한 사례다. 조선 시대 역사유적인 서울성곽과 최초의 근대경기장, 스포츠용품점과 풍물거리 노점상이라는 현대생활사까지 세 개의 시간성이 겹쳐 있었지만, 원형도 보존하지 못했고 여러 시간성을 재해석해 현대적으로 활용하는 데도 실패한 사례로 제시된다.
이밖에 경관과 도로, 보행권, 주민참여, 다양성, 도시재생을 키워드로 살핀 저자는 좋은 도시에 대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변화가 촉진되고 이로 인해 생겨난 혜택과 가치를 해당 지역의 다양한 구성원이 향유할 수 있도록 가치 순환이 일어나는 도시'로 결론짓는다. 이들 도시는 또 독자적인 도시성을 가진 지역들이 패치워크처럼 연계돼 다양성이 높은 도시이기도 하다. 360쪽. 1만9천800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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