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장' 슈틸리케, 경기력·자신감 회복 이뤄낼까
(파주=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울리 슈틸리케(63·독일) 축구 대표팀 감독이 '생명연장의 꿈'을 실현했지만 팬들의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경기력과 땅에 떨어진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대한축구협회는 3일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2017년 제2차 기술위원회(위원장 이용수) 회의를 열고 경기력 부진 때문에 경질 여론에 휩싸인 슈틸리케 감독에 대해 유임을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슈틸리케 감독은 6~9월에 열리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8~10차전까지 지휘봉을 계속 잡고 한국 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게 됐지만 싸늘해진 팬들의 관심을 되돌릴 수 있는 '필승 카드'가 절실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 2차 예선 7경기(쿠웨이트 상대 몰수승 제외)를 '전승·무실점'으로 통과하며 팬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여기에 2015년 1월 아시안컵 준우승에 이어 그해 8월 동아시안컵 우승까지 일궈내 '갓(God)틸리케'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 접어들면서 슈틸리케호는 팬들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다.
최종예선 1차전 홈 경기에서 약체 중국에 3-2 진땀승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시리아와 2차전 원정에서는 득점 없이 비기더니 또 다른 약체인 카타르와 3차전 홈 경기에서도 3-2로 힘겹게 이기는 상황이 반복됐다.
또 난적 이란과 원정으로 치른 4차전에서는 졸전 끝에 0-1로 패하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시원한 승리를 기대했던 팬들은 태극전사들의 무뎌진 발끝과 허술한 수비를 보고 점차로 믿음이 꺾이기 시작했다.
슈틸리케호의 꺾인 경기력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우즈베키스탄과 5차전 홈경기에서는 먼저 실점하다가 후반에 힘겹게 2골을 따라붙어 역전승을 따냈지만, 팬들의 기대치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결국, 슈틸리케호는 중국과 원정으로 치른 6차전에서 0-1로 패하며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때부터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시리아와 홈에서 치른 7차전에서 1-0으로 힘겹게 승리하자 더는 슈틸리케 감독을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확산됐다. 하지만 기술위는 여론과 동떨어진 '유임'을 결정했고, 덩달아 팬들의 민심도 출렁이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6~9월 치러지는 월드컵 최종예선 8~10차전을 앞두고 이전 경기와는 다른 경기력을 보여줘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였다.
그동안 보여준 '뻔한 전술'에서 탈피하려면 다양한 세트피스 전술은 물론 구태의연한 선수 선발 방식도 버려야 한다.
여기에 상대에게 읽히는 느린 공격 전개 방식은 물론 수비진의 안정화도 시급하다. 여기에 최근 졸전으로 땅에 떨어진 선수들의 자신감을 끌어올리는 방안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으로서는 오는 6월 카타르와 최종예선 8차전 원정 때까지 '태극전사 부활' 프로젝트 완성을 놓고 시간과 전쟁을 펼치게 됐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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