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제주한라대 징계요청 서명강요는 인권침해"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개인의 의사결정권을 보장하지 않고 서명을 강요한 행위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학교가 교수들에게 서명을 강요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정모 제주한라대 교수 등의 진정을 받아들여 이 대학 김성훈 총장에게 주의를, 김 총장의 아버지인 김병찬 학교법인 한라학원 이사장에게 총장과 보직교수에 대한 인권교육을 각각 권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인권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주한라대는 지난해 4월 '학교 명예를 실추한 교수협의회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요청서를 만들어 교수들에게 서명하도록 했다.
교수협은 2015년 12월 감사원 발표로 한라학원의 부정이 드러난 이후 기자회견 등을 통해 김 이사장·총장 부자의 사퇴를 요구해왔다.
감사원은 한라학원이 교비로 부설 유치원을 설립하고 교비에 편입해야 할 학교발전기금을 부당하게 교직원연금과 법인부담금으로 사용했으며 교비로 산 농지를 이사장 개인 소유로 등기하는 등 부정을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제주한라대와 한라학원은 "총장이 서명을 지시한 적이 없고 학부장들이 결정한 것이며, 전체 교수 160명 중 120여명이 자발적으로 서명에 동참했다"고 인권위에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조사 결과 자발적으로 서명한 교수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는 서명하지 않을 경우 교수 업적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재임용 거부 대상자가 될 수 있는 등 신분상 불이익을 우려했고, 보직교수가 지켜보고 있어서 서명을 강요받은 느낌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서명을 수집하는 행위 자체가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보직교수가 주도해 문안을 만들고 직접 교수들을 대면해 서명을 받는 경우 개인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보장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인권위는 요청서 작성과 서명 방식의 최종 책임자가 행정보직자 주간회의 주관자이자 요청서 등 결과를 최종적으로 보고받는 위치에 있는 김 총장이라고 적시했다.
인권위는 이 대학의 감독관청인 제주특별자치도 도지사에게도 해당 대학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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