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美국무 방중에서 '사드 해법' 나오기를
(서울=연합뉴스) 주한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한 중국의 보복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한·중·일 3개국을 순방해 주목된다. 먼저 일본을 찾은 틸러슨 장관은 16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과 회담한 후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미일 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틸러슨 장관은 17일 방한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예방하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회담한다. 윤 장관과 틸러슨 장관은 중국의 '반 사드' 보복을 중단시키기 위한 한미 공조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틸러슨 장관은 18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왕이(王毅) 외교부장을 만날 예정이다.
틸러슨 장관의 동아시아 순방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일정은 중국 방문이다. 중국 정부는 16일 틸러슨 장관이 이틀 일정으로 자국을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틸러슨 장관의 방중 기간 양국은 미·중 관계와 국제 및 지역 내 공통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 무역 불균형, 환율 문제 등 양자 관계 현안과 함께 북핵, 사드, 남중국해 영유권 등 국제 현안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틸러슨 장관은 내달 초로 예정된 미·중 정상회담 문제를 사전에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이달 13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고 확인하고 정상회담 일자와 의제 등은 틸러슨 장관의 중국 방문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에 이은 양국 정상회담에서는 우리 안보와 직결된 중요한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미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 정책 검토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진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누차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주한미군에 사드가 배치되는 만큼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엇보다 '사드 담판'이 시도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회담의 목적은 북한과 최근의 사드 포대 한국 배치를 둘러싼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전방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특히 중국이 15일 한국 단체관광을 금지한 후 국내 관광업계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군 당국의 사드 배치 작업은 속속 진행되고 있다. 사드 부지인 경북 성주골프장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시작됐고, 사드 레이더도 금명간 한국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주한미군에 배치되는 사드 문제를 놓고, 미국에는 일언반구의 말도 못하면서 한국에만 치졸한 보복을 가해 왔다. 틸러슨 장관의 이번 방중을 계기로 중국은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사드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야 할 것이다. 대통령 궐위 상태라고 하지만 우리 정부도 미·중 정상회담을 쳐다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양국을 상대로 우리의 국익이 관철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안보 문제가 우리도 모르게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결정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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