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부산의 한 중학교 교장이 등교하는 학생에게 이름표에 단 세월호 노란 리본과 배지를 학내에서 떼라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이 알려져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부산 학부모연대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부산의 한 중학교 교문에서 등교 지도를 하던 A 교장이 이름표에 세월호 참사 추모와 진상규명을 상징하는 노란색 배지와 리본을 단 학생들에게 "이름표가 가리니 학교 밖에서 배지와 리본을 달고 다니면 어떻겠냐"고 말했다.
이 학교에는 최근 들어 이름표에 세월호 리본과 배지를 부착한 3학년 학생들이 부쩍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A 교장의 말이 학내에 퍼지면서 상당수 학생이 이름표에 달았던 세월호 배지와 리본을 뗐다.
다음날인 15일 등굣길에는 세월호 배지와 리본을 단 학생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게 학생들의 전언이다.
이런 사실이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지자 교장실에 온종일 항의전화가 쇄도했다.
한 학부모는 "세월호 참사의 추모나 진상규명을 상징하는 리본 부착은 개인의 선택인데 교장이 달지 말라고 한 것은 큰 압박이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세월호 리본이 이름표를 가려서 학내에서 달지 말라고 한 것인데 교장의 말이다 보니 학생이 무겁게 받아들여 와전된 것 같다"며 "종례시간에 담임을 통해 제재할 목적이 아니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해명했다"고 말했다.
부산교육청이 올해 들어 일선 학교에 배포한 인권 교육자료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뜻의 리본 등을 학교 안에서 달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학생 양심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사례로 규정하고 있다.
장학사를 이 학교에 보내 진상파악에 나선 부산교육청은 "등교하는 학생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교장이 한 발언이 학생에게 오해를 불러 일으킨 것으로 확인했다"며 "학교가 세월호 배지나 리본 부착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며 자유 의사에 맡긴다는 뜻을 학생에게 분명하게 전달한 만큼 별도 조처는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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