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적과의 동침' 택한 KT-LGU+…신사업 1등 노린다
지분 투자로 음악 플랫폼 사업 협력…SK텔레콤 견제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이동통신시장 2위 KT[030200]와 3위 LG유플러스[032640]가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신사업에서 공동 전선을 펴며 1위 SK텔레콤[017670]을 압박하고 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면 '적과의 동침'도 마다치 않는 모양새다.
KT와 LG유플러스는 15일 미디어 플랫폼 사업 강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NB-IoT(협대역 사물인터넷) 통신망 구축을 위한 협력을 발표한 지 불과 4개월 만이다.
공동 연구개발에 집중한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LG유플러스가 KT의 음악 자회사 KT뮤직[043610]의 지분 15%를 인수해 공동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을 택했다. 투자가 마무리되면 LG유플러스는 지분 49.99%를 보유한 KT에 이어 KT뮤직의 2대 주주가 된다.
이번 지분 투자는 단순 사업 협력에서 벗어나 사실상 한배를 탄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그만큼 미디어 플랫폼 사업에 대한 양 사의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파격적인 투자에는 두 회사의 전략적 셈법이 작용했다.
멜론에 이어 음원시장 점유율 2위인 KT뮤직은 LG유플러스 고객을 자사 플랫폼으로 끌어들여 멜론과 1위 경쟁을 해볼 만 하게 됐다. LG유플러스 고객은 지난해 말 기준 1천249만명에 달한다.
LG유플러스는 하반기 선보일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와 IPTV에 제공할 음악 콘텐츠를 확보하게 됐다.
음악 콘텐츠는 특히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의 필수 요소로 꼽힌다.
SK텔레콤이 지난해 9월 출시한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 '누구'는 과거 자회사였던 멜론과 연동되고, KT가 최근 출시한 인공지능 TV '기가 지니'는 KT뮤직의 '지니' 음원을 제공한다.
계열사 내 음원 업체가 없는 LG유플러스로서는 음악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이미 협력 관계가 구축된 KT의 자회사를 파트너로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KT와 LG유플러스의 추격을 받는 SK텔레콤도 경쟁사와 충분히 협력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KT와 LG유플러스가 지난해 11월 처음 손을 잡을 당시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개방과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신년사에서 "그룹 관계사는 물론 국내 업계 및 벤처·스타트업, 글로벌 기업과 건설적인 협력을 통해 뉴(new) ICT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적과의 협력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달 스페인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에서는 권영수 LG유플러스 회장이 SK텔레콤 부스를 찾아 '누구'를 보고 "SK텔레콤과 협력할 부분이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 양종인 연구원은 "플랫폼 사업 협력은 업계 전체의 파이를 키운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며 "사업 협력을 통해 확대한 플랫폼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앞으로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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