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연봉 대기업도 일 많으면 싫어요" 日대학생 구직잣대 바뀐다
"초과근무 없이 휴직·휴가 쉽고 유연근무 가능한 곳 선호"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 일본 대졸 신입사원들의 직장선택 기준이 기업규모나 급여에서 근무환경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2018년 봄 졸업하는 대학생의 취업준비가 2주일 전 본격화됐는데 이들이 취업희망 기업을 정할 때 일이 많은 대기업이나 고연봉 직장보다는 일하기 편하고 휴직이 쉬운 곳을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하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일본 기업들도 독자적인 근무 제도나 '일하는 방식 개혁'의 성과를 강조하고 근무환경의 장점이나 복리후생의 충실함을 내세워 우수한 인재를 뽑으려 하고 있다.
실례로 9일 요코하마시에서 취직정보회사 '마이내비' 주최로 열린 합동 회사설명회에서 후지쓰의 채용 담당자는 "유연한 근무 방식을 도입해 더 좋은 성과를 낸다"고 참가 학생들에게 강조했다.
4월부터 전사원 상대로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후지쓰 측은 "육아 휴가 취득률이나 잔업시간에 관한 질문이 많았다. 노동환경 문제에 민감했다"고 소개했다.
참가한 가나가와대 학생(21)은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은 동경하지만, (대기업이) 잔업이 많다면 규모가 작아도 복리후생이 알찬 환경에서 일하고 싶다"고 니혼게이자이에 단호하게 말했다.
식품기업에 취업하기를 원하는 게이오대 여학생(22)도 "장래에 결혼해서 회사에 다니면서 아이를 기르고 싶다. 임금보다도 육아휴직을 얻기 쉽거나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학생 측의 요청에 응해 기업 측도 일하기 쉬운 환경을 신경쓰고 있다. 구보타는 유급휴가 취득률이 2013년 50%였지만 지난해 90%로 올랐고 올해는 100%가 목표라고 강조했다.
야마토 하우스는 2년이 지나면 법적으로는 소멸하는 유급휴가를, 100일까지 적립할 수 있는 독자적인 제도를 내세우며 우수 학생 유치에 열을 올렸다.
마이내비가 내년 봄 졸업하는 대학생 4천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매일 밤 늦도록 잔업을 해 최상위 성적을 거두는 사회인에 대해 '멋지다'고 답한 비율이 감소했다. 남성이 작년 58.0%에서 51.8%로, 여성은 52.3%에서 50.0%로 줄었다.
그 배경에는 과로 때문에 자살한 덴쓰의 신입사원 다카하시 마쓰리(당시 24세)씨 문제 등 대기업에서의 과도한 노동 문제가 잇따라 사회문제화된 것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마이내비 HR리서치부 담당자는 "과로사 문제가 불거진 뒤 급여수준이나 기업의 명성보다는 노동환경에 중점을 두는 학생이 늘었다. 인력난도 심해 기업이 학생 요구를 반영한 채용전략을 쓴다"고 소개했다.
니시야마 아키히코 히토츠바시대학 캐리어지원실 특임교수는 "정부가 여성활약 추진이나 일하는 방법 개혁을 추진해 '일하기 쉬운 곳'이 학생의 기업선정에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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