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헌재 결정문에 없는 '이재용'…'삼성'만 언급
朴-李 뇌물 의혹, 쟁점서 제외…최순실 사익추구 지원에 방점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헌법재판소의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는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의 핵심 쟁점인 '뇌물죄' 의혹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인물인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다. '삼성'이 등장한 부분도 두 차례에 불과했고 내용상으로는 사실상 한 번뿐이다.
한 번은 차은택씨가 최순실씨와 '문화창조융합'의 내용에 관해 통화하면서 삼성과 구글, 알리바바 등의 기업 예를 들었다는 대목이다. 이는 삼성 측 이 부회장의 혐의와는 무관한 설명 부분이다.
직접 삼성이 언급된 부분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제모금 정황을 밝히는 과정에서 한 차례 거론되는 데 그쳤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뇌물 커넥션'이 탄핵심판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헌법재판관들은 해당 의혹을 별도로 따지지 않아도 파면사유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헌재가 공개한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는 "대통령은 2015년 7월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CJ, 한화, 한진 등 7개 대기업 회장들과 개별 면담을 해 법인설립에 필요한 지원을 요구했다"며 삼성을 한 번 언급했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공익적 목적으로 설립된 재단을 수단으로 사익을 추구하려 했다는 사실과 박 전 대통령이 이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지원을 지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는 사실관계를 인정하기 위한 차원이다.
반면 삼성그룹의 재단 지원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지속한 뇌물관계에서 파생됐다는 점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앞두고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등 청와대 보좌진을 불러 합병이 성사될 수 있도록 챙기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삼성물산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의 찬성으로 2015년 5월 합병이 성사된 것도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의 개입 때문이라는 의혹도 있다.
이 부회장은 이에 대한 보답으로 433억원의 뇌물을 공여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그러나 삼성 측은 뇌물이 아니며 사실상 강요·압박에 따른 피해라는 입장이다.
국회 소추위원단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을 두고 불거진 이 같은 의혹을 핵심 탄핵사유로 보고, 21페이지에 달하는 관련 준비서면을 헌재에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헌재는 재판 진행 중인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를 따져 파면의 토대로 삼는 대신 최씨가 삼성 등 기업을 통해 사익을 추구한 과정에서 묵인이나 지원·개입이 있었는지만을 따지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 대통령의 도움을 기대하며 최씨 측에 총 433억원의 금전 또는 이익을 건네거나 약속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28일 구속기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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