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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사령탑으로 첫 정상…박미희 감독 꽃피운 '엄마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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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사령탑으로 첫 정상…박미희 감독 꽃피운 '엄마 리더십'

프로배구 2호 여성 감독…4대 프로 스포츠 중 첫 우승

엄마처럼 포근하게, 때론 엄하게…'엄마 리더십'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박미희(54) 흥국생명 감독의 현역 시절 별명은 '코트의 여우'였다.

센터로는 작은 키인 신장 174㎝로 국가대표까지 활약했고, 양 날개와 세터까지 무리 없이 소화할 정도로 다재다능한 선수였다.

박 감독은 1991년 코트를 떠난 뒤에도 '팔방미인' 재능을 뽐냈는데, 학계에서 후학을 양성하다 2006년 V리그 출범과 함께 해설위원으로 뛰어든다.

최고의 여자배구 해설가로 명성을 떨치던 박 감독은 수차례 현장의 '러브콜'을 뿌리치다 2014년 흥국생명의 제안을 "이번에 놓치면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받아들였다.

직전 시즌 최하위인 팀을 맡은 박 감독은 조금씩 흥국생명의 체질을 바꿔놓았고, 마침내 취임 3년 만에 팀을 정상으로 끌어올렸다.

흥국생명은 7일 인천 계양 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NH 농협 V리그 여자부 KGC 인삼공사와 홈경기에서 승리하며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흥국생명의 정규시즌 우승은 2007-2008시즌 이후 9년 만이다.

특히 박 감독은 '유리 천장'을 깨고 4대 프로 스포츠 여성 감독으로 첫 우승까지 달성해 더욱 뜻깊다.

2010-2011시즌 GS칼텍스 감독을 맡았던 조혜정 감독은 4승 20패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1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역시 여성 지도자는 프로에서 성공하기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박 감독은 의문부호를 느낌표로 바꾸고 후배 지도자에게도 길을 열어줬다.

박 감독은 취임 후 천천히, 그리고 차곡차곡 팀의 기반을 다져왔다.

꼴찌였던 팀을 맡아 첫해는 6개 팀 가운데 4위를 기록해 아쉽게 포스트시즌 티켓을 놓쳤고, 지난해는 3위로 '봄 배구' 맛을 봤다.

그리고 올해는 박 감독의 '엄마 리더십'이 열매를 맺었다.

이적생 김수지는 박 감독의 아래에서 리그 정상급 센터로 성장했고, 새내기 이재영은 어느덧 V리그 여자부를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주장 김나희는 박 감독을 도와 선수들을 다독였고, 작년까지 미숙한 점이 조금씩 묻어났던 세터 조송화는 박 감독의 지도를 차곡차곡 받아들여 '우승팀 세터'로 거듭났다.

이 과정에서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모진 소리를 아꼈다.

질책보다는 칭찬으로 선수를 감쌌고, 이는 코트에서 선수의 잠재력이 극대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박 감독은 '어차피 프로팀에 올 정도면 잠재력은 모두 갖고 있으며, 지도자는 이를 키우는 게 역할'이라는 지론으로 선수를 대했다.

박 감독의 지도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은 '긴 휴일'이다.

아직도 많은 프로팀이 경기 사이에 며칠 간의 휴일이 생겨도 선수를 숙소에만 머물게 한다.

하지만 박 감독은 이들에게 꿀맛 같은 외박을 줘 마음의 응어리를 풀도록 했다.

만약 외박이 힘들면, 박 감독이 직접 선수를 데리고 나가 추억 쌓기에 나섰다.

숙소가 있는 경기도 용인의 볼링장은 흥국생명 선수단의 추억이 담긴 '셀카' 장소로 남았고, 새해를 맞아 찾은 바다 역시 선수들의 스트레스를 날리기 충분했다.

선수와 교감하는 박 감독의 리더십이 제대로 드러난 장면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없이 웃기만 하는 감독은 아니다.

필요할 때는 큰 소리도 내는데, 5라운드 작전 타임에서 큰 소리로 선수를 질책해 모두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이처럼 필요할 때마다 '여우'처럼 표정을 바꿔가며 흥국생명을 정상으로 이끈 박 감독은 또 하나의 여자 지도자 성공 사례를 남겼다.

4b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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