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崔인사청탁, 대통령→안종범→금융위실행"…靑 "관여안해"
"당장 승진…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갑니까" 안종범 전 수석, 김정태 하나은행 회장에 '질책'
박대통령 "사기업 인사에 관여나 지시한바 없어"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전명훈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 씨가 자신의 지인인 KEB하나은행 임원을 승진시키라고 박근혜 대통령 측에 집요하게 요청한 정황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파악했다.
청와대의 요구에도 하나은행의 '일 처리'가 늦어지자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은 김정태 하나은행 회장에게 '당장 승진시키라', '그렇게 머리가 돌아가지 않느냐'는 식의 원색적인 질책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질책 열흘 뒤 은행 측은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측은 "능력이 있는데도 발휘할 기회를 찾지못한 사람들에게 기회를 알아봐달라고 했을뿐"이라며 사기업 인사 관여의혹을 부인해 향후 검찰의 추가 수사나 재판과정에서도 공방이 예상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은 최씨가 박 대통령, 안 전 수석, 정찬우 당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현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공모해 이상화 KEB하나은행 글로벌 영업2본부장을 승진시킨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인사청탁은 최씨가 박 대통령에게 부탁하고 대통령이 안 전 수석에게 관련 지시를 내리면 정 부위원장을 통해 은행에 전달되는 방식이었다.
최씨는 먼저 2015년 11월 초 이씨를 하나은행 유럽총괄법인장에 앉히게 해달라고 박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그러나 이는 유럽 총괄법인 설립계획 자체가 백지화돼 이뤄지지 않았다.
이어 같은 달 말에 최씨는 이씨가 국내에서 해외업무를 총괄하는 본부장에 임명되도록 해달라고 박 대통령에게 청탁했다. 이 요구 역시 이전과 같은 과정을 거쳐 하나은행에 전달됐다.
그러나 이씨는 2016년 1월 초 정기인사에서 본부장이 아닌 서초동 삼성타운지점장에 임명됐다.
최씨는 다시 한 번 이씨를 본부장으로 앉혀 달라고 박 대통령에게 부탁했다.
관련 지시를 또다시 받게 된 안 전 수석은 김정태 하나은행 회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매우 화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수석은 이 통화에서 김 회장에게 "이상화를 바로 본부장으로 승진시키랬지, 언제 센터장 했다가 나중에 승진시키라고 했습니까. 당장 승진시키세요. 무조건 빨리하세요. 지금 이거 내 이득을 위해서 합니까. 그렇게 머리가 안 돌아갑니까"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통화 10일 뒤인 지난해 2월 1일 하나은행은 글로벌 영업본부장급 자리 2개를 새로 만든 뒤 결국 이씨를 2본부장으로 임명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 27일 헌재에 제출한 최종변론 의견서에서 "사기업의 인사에 관여하였다는 부분에 있어서도, 제가 추천을 했다는 사람 중 일부는 전혀 알지도 못한다"면서 "제가 도움을 주려고 했던 일부 인사들은 능력이 뛰어난 데 이를 발휘할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고 하여 능력을 펼칠 기회를 알아봐주라고 이야기했던 것일 뿐, 특정 기업의 특정 부서에 취업을 시키라고 지시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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