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외원조 삭감 계획에 아프리카·중동 '기아 공포' 확산
USAID 예산삭감에 인도단체들 '울상'…내전·가뭄·원조중단 '3중고'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국방비 증액을 위해 대외원조 예산을 대폭 삭감키로 하자 심각한 기근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중동 4개국이 울상을 짓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남수단, 소말리아, 나이지리아, 예멘 등 4개국에서 현재 2천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내전과 흉작으로 인한 식량난에 처해 있다.
특히 남수단과 소말리아, 나이지리아는 보코하람, 알샤바브와 같은 반군들이 인도주의 단체의 지원을 차단한 데다 가뭄까지 겹치자 상황이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렇듯 여러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기근 위기가 덮치자 인도주의적 단체들도 부족한 지원에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어 이들이 직면한 기아가 대재앙이 되지 않도록 즉각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이달 말까지 "유엔 긴급 구호자금으로 44억 달러(5조300억원)가 필요하다"며 회원국의 동참을 호소했다.
하지만 세계 최대 원조국 중 하나인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대외원조를 관할하는 국무부 산하 국제개발처(USAID)의 예산을 37%나 삭감키로 한 것이 전해지면서 '기아 4개국'과 인도주의 단체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은 매년 전체 예산의 1%가량을 대외원조에 책정해왔고, 이에 따라 미국은 작년 유엔 전체 긴급구호금의 4분의 1에 달하는 64억 달러(7조3천억원)를 지원했다. 또 이들 기아 4개국에 제공된 원조 중 28%는 미국 주머니에서 나왔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이브 다코르 사무총장은 "국내 분쟁과 가뭄, 극심한 굶주림이 겹친 이런 상황은 처음이다"라며 "아무도 원조 면에서 미국을 대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부분의 원조를 미국에 의존했던 남수단에서 가장 큰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미국은 지난 2013년 12월 남수단에서 군부 쿠데타로 내전이 시작되자 21억 달러가 넘는 원조를 제공한 바 있다.
이에 USAID가 미국의 식량 원조가 매달 130만 남수단인들에게 전달됐고 이는 기근 사태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이 미 국무부의 보고서에 의해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내전에 흉작까지 겹치면서 올해만 70만 명에 달하는 남수단인들이 '식량안보 인도주의 단계 통합분류'(IPC)의 4번째 단계인 '인도주의적 비상사태'에 처해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는 IPC에서 가장 높은 5번째 단계인 '기근과 인도주의적 재해'의 바로 전 단계다.
기아방지행동(AAH) 나이지리아 본부는 "만약 미국의 원조가 중단되면 우리는 원조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없게 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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