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USTR, WTO 무시전략…"美 주권·통상법 중시하겠다"
"가용 수단 총동원"…징벌적 관세 '美 통상법 301조' 만지작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미국법을 중시하는 무역정책 청사진을 마련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17년 무역정책의 의제와 방향을 담은 문서를 1일 의회에 제출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USTR은 무역정책에서 ▲ 미국의 주권을 적극 보호하고 ▲ 미국의 통상법을 발동하며 ▲ 교역국들의 시장 개방을 촉진하기 위해 모든 가용 수단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런 방향은 국제 통상 규범과 WTO의 권위를 존중한 오바마 전임 행정부의 노선에서 크게 벗어난 것으로, WTO를 부정적으로 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본인의 의중이 여실히 반영된 셈이다.
USTR은 '대통령의 무역정책 어젠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접근방법을 촉구했고 행정부는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하고 공세적인 접근을 시사했다.
선거 유세 기간에 WTO를 '재앙'이라고 힐난한 바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양원 합동 연설에서 미국 노동자들과 기업들이 이용을 당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연설에서 "자유무역을 강력히 신봉하지만 자유무역은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역정책 방향을 급선회한 배경에 대해 USTR은 "미국민들이 우리의 무역정책에 점점 좌절하는 것은 자유무역과 열린 시장을 믿지 않아서가 아니라 국제 통상법규의 프레임이 운용되는 방식을 거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민들은 WTO 판정이 아닌 미국법의 지배를 받는다"고 강조하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정책 사안과 관련해 미국의 주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WTO가 때로 불공정 무역관행에 대한 미국의 효과적 대응 능력을 저해하는 판정을 내렸다고 직접적인 불만을 표시하면서 "앞으로는 이런 형태의 행동을 견제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USTR은 중국과 한국, 멕시코 등 적자폭이 큰 무역 상대국들을 어떻게 대할지도 시사했다.
시장 개방을 거부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호혜성'을 원칙으로 삼을 방침이라고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1974년 제정된 통상법의 301조를 가용 수단의 하나로 언급했다. 301조는 미국산 상품을 차별하는 국가들에 징벌적 관세를 매길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301조는 1980년대에 일본을 비롯한 몇몇 교역국들을 상대로 집행된 적이 있지만 1995년 WTO가 출범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다. USTR은 이를 "외국이 더욱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채택하도록 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표현했다.
통상법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향후 WTO에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WTO에 걸려 있는 2개의 무역분쟁 사안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개의 사안이란 지난해 12월 자유시장경제 지위를 인정해주지 않은데 불만을 품은 중국이 미국과 유럽연합을 상대로 제소한 것과 알루미늄 업계에 대한 중국의 정부 보조금을 문제 삼은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제소를 가리키는 것이다.
WTO 분쟁조정기구(DSB)가 이들 사안에 대한 최종 판결을 내기까지는 아직 상당한 시일이 남아있지만 만일 중국측 승소에 대해 미국이 무시하고 나선다면 WTO의 신뢰도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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