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이어 군축회의까지…정부, 국제사회서 北 축출 박차
"대북압박 효과" 對 "그래도 체제내 잡아둬야" 찬반 양론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정부가 화학무기 'VX'가 사용된 최근 김정남 독살 사건을 계기로 북한을 '연쇄 규범파괴자'로 규정하며 국제 외교무대에서의 '축출'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그래도 북한을 국제사회의 틀 내에 둬야 관리가 가능하다"는 반론도 제기돼 주목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8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회의(CD) 기조연설에서 김정남 암살에 화학무기가 사용된 점을 거론하며 "이제는 모든 관련 지역 포럼과 유엔·CD를 포함한 국제포럼에서 특단의 조치를 진지하게 고려할 때가 되었다"고 촉구했다.
윤 장관은 구체적으로 "이러한 조치는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321호가 규정한 유엔 회원국 자격 및 특권 정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 정권이 범법행위(김정남 독살)의 배후에 있다는 사실을 확정할 경우'를 전제로 "북한의 CD 회원국 자격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윤 장관은 특히 연설에서 북한이 스스로 CD 회원국임에도 핵실험과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반복한 점과 화학무기금지조약(CWC)을 포함한 국제규범과 결의가 엄격히 금지하는 'VX'가 김정남 암살에 사용된 점을 거론하며 북한을 '연쇄 규범파괴자'로 규정했다.
즉 국제 규범을 거듭 파괴하는 국가에 규범을 만드는 회의장에 앉아있을 자격을 더는 부여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윤 장관의 이번 발언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에서 "북한이 유엔 회원국 자격이 있는지 재고해 보아야 할 시점"이라며 이례적으로 '회원국 자격' 문제를 꺼낸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김정남 독살을 계기로 북한을 국제사회 다자외교 무대에서 '축출'시킴으로써 제재·압박의 강도를 최고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북한을 극도의 고립상태로 몰아넣음으로써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해 11월30일 채택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321호가 북한을 향해 회원국 자격이 박탈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경고하고 나선 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움직임으로도 보인다.
안보리 결의 2321호는 '안보리에 의해 취해지는 방지조치 및 강제조치의 대상이 되는 유엔 회원국에 대해 총회가 안보리 권고에 따라 회원국의 권리와 특권 행사를 정지시킬 수 있다'는 유엔 헌장 5조를 인용했다. 이 문구 자체는 유엔 헌장을 상기키시는 수준이지만, 북한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 형성을 통한 북한 고립 전략이 강화될 경우 김정은 정권이 장기적으로 적지 않은 부담을 가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을 비롯해 우방국이었던 동남아시아 국가들과도 갈등이 심화하는 상황을 북한이 유례없는 고립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단 북한이 국제사회 규범틀 안에 있어야 제재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반대론도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단순한 핵동결이 아닌 북한의 전향적인 비핵화 조치를 유도하려면 제재를 지속·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실제 자격 박탈 가능성을 떠나 국제사회와 대북 제재 과정에 협력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고 중국에도 무언의 압박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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