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도로 허창수'…쇄신에 전경련 운명 달렸다
외부인사 영입 '혁신위' 띄워 개혁 속도전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난파 위기에 처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결국 새로운 사령탑을 구하는데 실패했다.
간신히 허창수 현 회장을 붙잡는데 성공해 회장 공석 사태만은 면했다. 일단 최악은 모면했다는 평가다.
허 회장은 10대 그룹에 속하는 GS그룹의 회장인 만큼 최근 주요 회원사의 줄 탈퇴 속에서 전경련의 위상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한 데다, 다른 대기업 총수들도 전경련 회장 직을 고사한 만큼 전경련의 앞날은 여전히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허 회장은 전경련의 미르·K스포츠 재단 모금 주도 당시 회장을 지냈다. 그만큼 최근 전경련 위기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다.
이 때문에 다시 회장을 맡아 본인 손으로 전경련을 쇄신하겠다고 나선 데 대한 비판 여론도 만만치 않다.
전경련은 정기총회 직전인 24일 오전 9시께 허 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3번째로 연임하기로 했으며 이승철 상근부회장이 물러난 자리에는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전경련 관계자는 "애초부터 새 인물을 생각했기보다는 지금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수습할 사람이 필요했고, 현 상황을 수습할 수 있는 사람은 전경련을 가장 잘 아는 허 회장이라는 결론에 일찌감치 도달했다"며 "회장단의 삼고초려, 사고초려 끝에 허 회장이 유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임기가 끝나는 이날 부로 전경련 회장직을 그만두겠다고 밝혔던 허 회장은 그동안 전경련 회장단의 간곡한 부탁에도 전날 오후까지 물러나겠다는 의지가 강했으나, 전날 밤늦게 마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회장단은 "새로운 지도부가 정상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수 있을 때까지 회장을 계속 맡아달라"며 허 회장을 설득했다고 한다.
허 회장은 이날 취임식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대대적인 혁신 드라이브를 걸 계획이다.
이와 관련, 허 회장의 향후 행보에 전경련의 존폐가 달렸다는 관측이 많다.
전경련은 허 회장 주도로 가장 먼저 외부 인물을 혁신위원으로 영입하는 작업부터 시작해 곧바로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전경련 혁신위는 허 회장이 위원장을 맡고 박영주 이건산업[008250]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000070] 회장, 이웅렬 코오롱[002020] 회장 등 내부 인사 3명과 명망 있는 외부인사 3인으로 구성된다.
혁신위에서는 그동안 전경련이 외부 회계법인에 의뢰한 용역 결과와 각계에서 의견 수렴한 내용 등을 토대로 미국 헤리티지재단 같은 싱크탱크로 전환하는 방안, 미국의 경제단체인 'BRT(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를 벤치마킹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혁신안을 만들게 된다.
전경련의 '간판'을 바꾸고 대대적인 조직개편 단행을 비롯해 전경련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바꾼다'는 심정으로 환골탈태하는 개혁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4대 그룹의 탈퇴로 큰 타격을 입은 올해 사업 계획과 예산 조정도 하게 된다.
허 회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전경련이 환골탈태해 완전히 새로운 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히고 ▲ 정경유착 근절 ▲ 사업·회계 공개 등 투명성 강화 ▲ 싱크탱크 기능 강화 등 3가지 혁신방안을 제시했다.
이번에 새롭게 임명된 권태신 신임 상근부회장은 허 회장을 도와 이 같은 방향의 전경련 쇄신 작업을 강력하게 추진할 적임자라는 이유에서 선임됐다고 한다.
특히 여러 정권을 거치며 고위 관료를 지내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하고, 관료 경험이 많은 정책통인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국회와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해체 여론이 여전히 거센 데다 여야를 불문하고 주요 대선후보 상당수가 "해체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내고 있어 개혁 작업에 주어진 시간이 한두 달 정도로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허 회장이 조직 수습과 쇄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큰 임무를 맡게 됐다"며 "앞으로 전경련의 운명은 허 회장이 얼마나 전경련을 개혁하는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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