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맨들의 인권위협 시대" 앰네스티 연례 보고서
"트럼프·두테르테 등 분열·공포 조장…연쇄효과 우려"
한국 백남기 사건 지적…북한은 해외노동자·탈북자 문제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의 올해 보고서에는 세계의 정치 지형을 바꾸고 있는 스트롱맨들이 줄줄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앰네스티는 21일(현지시간) 발간한 2016-2017 국제보고서에서 주류 정치권에서 나오는 분열적 언사가 지구촌의 인권을 퇴보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태의 장본인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등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이 거명됐다.
앰네스티는 "이들 지도자의 분열을 일으키는 공포 조장이 세계정세에 하나의 위험한 힘이 됐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남미, 무슬림 이민자를 적대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고 오르반 총리는 무슬림 난민에 강한 반감을 공표하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쿠데타 배후세력을 숙청하는 과정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약사범을 근절하는 과정에서 법치주의를 유린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살릴 세티 앰네스티 사무총장은 "트럼프이건 두테르테이건 에르도안이던 오르반이건 간에 점점 더 많은 정치인이 '반(反)기득권'을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지도자가 사람들의 한 전체 집단을 집요하게 괴롭히고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으며 이들의 인간성까지 말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앰네스티는 각국에 있는 연구진의 조사를 취합해 159개 국가나 영역의 인권침해 자료를 연례 보고서로 묶었다.
이 단체는 스트롱맨들이 구사하는 인간성 말살 언사가 도미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했다.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이 인권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뒷걸음을 치면 다른 지도자들이 같은 행동을 더 대담하게 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앰네스티는 세계 무대에서 인권을 강조하는 지도자가 실종되는 추세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경고했다.
그러면서 "몇몇 국가가 인권이 안보와 경제성장을 위협하는 것으로 묘사하더라도 인권을 지키기 위해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난민, 잔혹 행위와 같은 사례도 따로 지적했다.
작년에 난민을 본국으로 송환해 국제법을 위반한 국가는 36개국, 전쟁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된 국가는 시리아, 이라크 등 최소 23개국으로 등재됐다.
한국과 관련해 앰네스티는 "평화로운 결사, 표현에 대한 제약이 지속되고 있다"고 기술했다.
앰네스티는 재작년 11월 물대포를 맞은 뒤 의식을 잃고 10개월 후 사망한 백남기 씨에 대한 책임을 아무도 지지 않는다는 점을 결사의 자유 항목에 등재됐다.
테러방지법안 통과에 따른 공권력의 감시 확대, 정부의 공영언론 영향력 행사 논란은 표현의 자유, 영국 레킷벤키저의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태는 기업책임, 폭력집회 혐의로 처벌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사건은 노동권 부문에서 소개됐다.
북한에서는 증가하고 있는 탈북 행렬이 이동의 자유 부문, 외화벌이를 위해 해외에 파견된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이 이주 노동자 권리 부문에서 지적을 받았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