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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말레이 북한식당, 김정남 피살에도 '성업'…사건 질문엔 손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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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말레이 북한식당, 김정남 피살에도 '성업'…사건 질문엔 손사래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금요일인 17일 저녁 8시 고급 백화점이 밀집한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부킷 빈탕 거리.

이 거리 외곽에 '고려관'이라는 간판이 반짝이고 있었다.

마치 일부러 숨겨 놓기라도 한 것처럼 주택가 구석에 자리를 잡은 이 식당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 국면에서도 가게 문을 닫지 않은 쿠알라룸푸르 유일의 북한식당이다.

유엔의 대북제재 강화와 한국 정부의 북한식당 출입 자제 요청에도 명맥을 유지해온 셈이다.

현관문을 열고 식당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대형 인공기가 보였고, 이어 오른편 홀에는 대표적인 미국 문화의 상징인 대형 트랜스포머 로봇 모형이 눈길을 끌었다.

구석진 위치에도 불구하고 최대 300명까지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이 식당에는 꽤 많은 손님이 있었다. 손님은 대부분 중국계였고 인도계나 말레이계 사람도 눈에 띄었다.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쿠알라룸푸르의 한인 커뮤니티가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지만 큰 영향을 받지 않는 듯했다.

이 식당은 북한의 가장 큰 명절 가운데 하나인 광명성절(김정일의 출생일, 2월 16일)에도 쉬지 않고 영업을 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손님이 많다는 의미다.

전 세계 여느 북한식당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한국인은 극도의 경계의 대상이었다.

홀에 군데군데 빈 테이블이 보였지만 종업원은 기자가 건넨 한국말 인사에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조금 일찍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자리가 없다"고 하더니, 이내 기자를 노래방 시설이 갖춰진 별실로 격리했다.

눈치 빠른 종업원은 또 식사 주문에 앞서 기자가 이런저런 질문을 던지자 "기자이신 모양인데 식사나 하고 가시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정남 암살 사건으로 한국 기자들이 대거 쿠알라룸푸르에 왔다는 사실을 아는 듯한 눈치였다.

그러나 김정남 사건 얘기를 꺼내자 이내 손사래를 치며 그런 건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현지 교민은 "일반 교민들은 북한식당을 이용하지도 않고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러나 이 식당에는 중국계 손님들이 많아 장사가 잘 되는 편이다"고 귀띔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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