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미사일 발사로 더 커질 선제타격론…정책적용 여부 주목(종합)
토마호크·B-2 폭격기·타우러스 등 전략무기 실행 능력은 갖춰
"타격 실행하려면 5대 걸림돌 선결돼야"…개전초 수도권 20만명 사상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미국 정부와 군 당국자들이 최근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을 공공연히 거론하고 있어 대북정책에 적용하거나 실제 군사적으로 실행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이 12일 노동급 또는 무수단 개량형 등 새로운 종류의 미사일로 추정되는 사거리 500㎞의 탄도미사일을 전격 발사하면서 대북 강경 입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날 발사는 미국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 후 북한의 첫 도발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대북 압박을 더욱 견인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北미사일 도발·핵 위협 커지며 선제타격 빈번하게 거론
대북 선제타격은 자칫 한반도 전면전을 불러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동안 우리 군이나 미군 당국은 극히 신중한 입장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카드로 위협하고 핵 능력을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고도화시킴에 따라 선제타격론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더욱이 북한이 올해 들어 첫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나섬에 따라 선제타격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벤 카딘(메릴랜드) 상원의원에게 제출한 인준 청문회 서면답변 자료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에서부터 외교 문호 개방까지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둘 것"이라고 밝혔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도 7일(현지시간) 미 육군협회가 워싱턴DC에서 개최한 미사일방어 토론회 화상 기조연설에서 "북한을 타격할 수 있는 공격역량을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 모두 북한에 대한 '군사적 옵션'을 거론하고 나선 것이다.
대북 선제타격론은 비단 미국 뿐 아니라 우리 군에서도 군사전략으로 일부 채택한 상황이다.
국방부는 2014년 발표한 '국방개혁 기본계획(2014-2030)'에 한반도에서 전면전 징후가 임박한 것으로 판단되면 '선제적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수정된 군사전략을 채택한 바 있다.
당시 국방부는 "기존 '적극적 억제, 공세적 방위'에서 '능동적 억제, 공세적 방위' 개념으로 군사전략을 변경한 것이 특징"이라며 "이는 북한의 국지도발과 전면전 위협을 동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능동적 억제의 범위에는 '선제적 대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이런 기조에 따라 합동참모본부와 주한미군은 맞춤형 핵억제전략과 4D작전계획을 수립해 한미 연합훈련에 적용해오고 있다.
맞춤형 억제전략은 북한의 핵사용 위협, 핵사용 임박, 핵사용 등 3단계별로 군사·외교적 모든 수단으로 대응한다는 개념이다. 물론 핵사용 임박 단계에서는 북한의 핵시설과 핵무기 저장고를 예방적으로 선제타격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다.
4D는 북한 핵·미사일의 탐지(Detect), 교란(Disrupt), 파괴(Destroy), 방어(Defense)를 가리키는 영문 약자로, 한미 양국 국방장관은 2015년 11월 안보협의회(SCM)에서 4D 작전개념을 승인했고 현재는 작전계획 수준으로 발전했다.
한국군이 구축 중인 '킬 체인'과 함께 4D 작전계획이 발동되면 핵탄두를 탑재한 북한 미사일기지 또는 미사일 부스터가 점화되어 상승하는 단계에서 요격체계가 가동된다. 상승단계와 중간단계에서는 미국이, 하강단계에서는 우리 군의 '킬 체인' 요격체계로 대응한다는 개념이다.
국방부는 그동안 북한이 핵과 미사일, 대량살상무기(WMD)를 사용할 징후가 임박한 것으로 판단되면 해당 시설을 '킬 체인' 등으로 선제 타격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계속 밝혀왔다.
◇미군, 대북 선제타격 능력 '충분'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있는 미군 무기로는 이지스 구축함과 핵추진 잠수함, 미사일방어(MD) 요격무기, 스텔스 전투기, 장거리 핵폭격기, 장거리 정밀유도무기 등이 꼽힌다. 이들 무기는 SA계열의 지대공 미사일이 촘촘히 배치된 북한지역으로 진입하지 않고도 핵과 미사일 등 핵심 전략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
미국의 안보전문 민간정보회사인 '스트랫포(STRATFOR)'는 지난해 5월 '북한 핵위협 제거'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미국이 공격해야 할 북한의 주요 목표물과 정밀타격에 필요한 폭격기와 미사일, 유도폭탄 등을 적시한 정밀타격 작전 시나리오를 내놓기도 했다.
이 보고서는 정밀타격을 감행할 경우 우선적으로 B-2 전략폭격기 10대와 F-22 스텔스 전투기 24대 등 북한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는 스텔스 항공 전력을 투입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B-2는 900㎏급 GBU-31 정밀유도폭탄 16발 또는 보다 강력한 1만3천600㎏급 GBU-57 벙커버스터 두 발을 탑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B-2 폭격기 10대가 작전에 투입된다면 최대 20발의 GBU-57 벙커버스터 또는 160발의 GBU-31 폭탄을 북한 목표물에 쏟아부을 수 있게 된다.
이런 공군전력 투입과 동시에 해상에서는 동해상에 진입한 오하이오급 핵추진 잠수함 2∼4척이 BGM-109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300여 발을 발사하며 북한의 공군기지와 미사일 시설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오하이오급은 사거리 2천500㎞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최대 154발을 탑재한다.
일본 요코스카에 있는 7함대 소속 이지스 구축함이 합세할 경우 발사 가능한 순항미사일의 수량은 600발에 이른다고 보고서는 풀이했다.
한국군은 사거리 500㎞의 타우러스 장거리 공대지유도미사일을 동원할 수 있다. 대전 상공에 있는 F-15K 전투기에서 평양의 노동당 청사에 있는 김정은 집무실도 타격할 수 있는 정밀도를 갖췄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이 유사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능력은 충분히 갖췄다고 평가한다.
◇선제타격 실행하려면 5대 전제조건 해결돼야…"현실적으론 어렵다"
그러나 선제타격을 실행에 옮기려면 5대 전제조건이 해결되어야 한다고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예비역 중장)은 설명했다.
신 예비역 중장은 "예방적 선제타격을 위해서는 첫째, 북한 핵시설을 정확히 제거할 수 있도록 표적을 정확히 식별해야 하고, 둘째 지하에 있는 핵시설까지 제거할 수 있는 신뢰성 있는 타격 수단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다음으로 북한이 화학탄 등으로 반격하면 전면전 또는 국지전이 발발할 수 있는데 전쟁준비를 갖춘 상태여야 하고, 넷째로 대량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국민들에게 사전에 알려야 하며 한미 정부간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다섯 번째로 선제타격 이후 국제적인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도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군사 공격에 대한 결의가 필요하다는 등의 국제법적 적합성 논란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의 핵 보유를 평화에 대한 위협(유엔헌장 39조)으로 규정하고 군사적 강제조치를 포함한 제재를 결의하면 유엔 주도하에 군사 공격이 가능해질 수 있다.
그러나 유엔 결의가 없는 가운데 미국 주도로 군사 공격이 이뤄지면 이라크 공격처럼 국제법적 정당성 논란과 자위권 차원에서 선제공격을 감행한다는 논리가 적합한지 등에 대한 논란이 일 가능성도 있다.
국제법적 요건 외에도 군사적 공격을 감행하려면 관련국의 태도도 무시할 수 없다. 북한과 군사동맹조약을 맺고 있는 중국이 북한에 대한 침략으로 간주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신 예비역 중장은 "핵무기를 가진 나라에 섣불리 예방적인 선제타격을 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면서 "선제타격론은 압박카드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군사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전제조건이 필요하고 걸림돌도 많다"고 지적했다.
한미가 예방적 선제타격을 가한 이후 북한이 장사정포와 생화학탄 등으로 반격해오면 수도권서만 20만여명의 인명 피해가 날 수도 있다. 그러나 핵폭탄 1발이라도 수도권에 떨어진다면 인명 피해 규모는 상상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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