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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K스포츠에 거액 낸 현대차 3사, 이사회 보고는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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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K스포츠에 거액 낸 현대차 3사, 이사회 보고는 제각각

기아차·모비스는 공식안건 보고…현대차만 보고 안해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미르·K스포츠 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현대차그룹의 3개 계열사 중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는 출연 사실을 이사회 하부기구에 공식 안건으로 보고했지만, 현대차는 아예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53개 기업 중 이사회 결의를 하거나(KT·포스코) 산하기구에 보고한 기업이 단 4곳에 불과해 논란이 됐고, 그나마 이사회 하부기구에 보고했던 2곳이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그러나 같은 그룹 안에서도 현대차 그리고 기아차·현대모비스가 거액의 출연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상반됐던 점은 더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8일 현대차그룹 등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총 128억원의 출연금을 냈다. 현대차 68억8천만원, 현대모비스 31억9천만원, 기아차 27억3천만원 등 세 회사가 이 금액을 나눠 냈다.

이 과정에서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는 기금을 낸 2016년 상반기에 각각 이사회 산하 투명경영위원회, 윤리위원회에 이를 공식 안건으로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회사 이사회 관계자들은 "위원회의 정관 규칙에 기금 출연 등에 대해 실적 보고를 하게 돼 있어 그에 따라 보고를 했다"며 "출연 성격과 출연금 규모를 봤을 때 '의결 사항'은 아니라고 판단해 '보고 안건'으로 올렸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모두 보고가 형식적으로 이뤄져 당시 미르·K스포츠가 정상적인 조직인지, 이에 대한 출연이 타당한지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한계가 있었다.

눈에 띄는 점은 3개 회사 중 현대차의 경우에만 이사회 산하 투명경영위에 출연 사실을 아예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같은 그룹 내에 똑같은 투명경영위가 설치돼 있는데도 기아차는 기능이 작동했고 현대차는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투명경영위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2014년 한전 부지를 감정가의 3배가량에 낙찰받아 논란이 됐던 일을 계기로 투명한 의사결정과 주주 권익보호 등을 위해 이사회 산하에 만든 기구다.

주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을 할 때 관련 사실을 이사회에서 공유해 잠재적 리스크를 관리하자는 취지였다. 특히 현대차는 2015년 4월 투명경영위를 설치해 기아차(2016년 3월)보다 훨씬 빨랐다.

하지만 주주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액의 재단 출연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현대차의 투명경영위는 '유명무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 이사회 관계자는 보고가 없었던 이유에 대해 "(출연)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것들이 투명경영위를 통해 이사회에 보고되는데, 이 사안은 해당사항이 아니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거버넌스위원회가 설치돼 있는데도 기능이 작동하지 않은 사례는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삼성물산도 2015년 7월 거버넌스위를 신설했으나 이번에 재단에 출연하는 문제는 다루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재단 출연 때 현대·기아차가 '다른' 과정을 거친 데 대해 "제도가 갖춰졌다고 끝이 아니라 운영 경험이 축적돼야만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최순실이 이번처럼 기업들에 돈 내라고 노골적으로 말할 수 없게 하려면 기업들이 거버넌스위원회 같은 '내부통제' 장치를 구축하는 게 급선무이겠지만 거기서 그칠 게 아니라 많은 운영 경험을 쌓고 적임자를 배치해야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yjkim8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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