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보건소 약국 단속정보 사전 유출 의혹
약사들 메신저로 단속·가격정보 공유…동구청 "단속 아닌 계도로 문제없다"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광주 동구 보건소가 관내 약국들을 일제 점검하며 지도·단속 정보를 사전에 유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관내 약국들이 이를 공유한 것으로 보이는 모바일 메신저 내용도 외부에 유출돼 경찰이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3일 광주 동구 보건소에 따르면 구 보건소는 지난해 12월 19∼30일 관내 약국 97개소를 대상으로 지도·점검을 벌였다.
관내 약국에서 조제를 거부했다는 의혹과 리베이트 의혹이 함께 불거지면서 '무자격자 의약품 조제·판매', '약품가격 표시 여부', '유통기한', '약사법·마약법' 준수사항 등을 전수조사했다.
동구 보건소는 이 같은 지도·단속 정보를 해당 지역 약사회에 공문을 보내고 사전에 이를 알려 줬다.
'약국 지도·점검 안내-보건소'라는 제하의 공문에는 "관내 약국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과 관련해 지도점검을 하고자 한다"며 지도·점검 날짜와 점검내용 등이 담겨 있다.
동구 약사회 소속 약사들은 이같은 내용의 단속정보에 더해 실제 단속상황까지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외부로 유출된 동구 약사회 내부 모바일 메신저 대화 내용에는 동구가 보낸 단속 공문과 단속이 실제 시작된 이후 단속반이 어디에서 무엇을 단속하는지 상세히 올려졌다.
동구 전체 97개 약국 약사 중 과반이 넘는 약 58명 약사가 이 메신저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신저에는 '약사회장이 구청 담당 직원과 협의해 내일까지만 (단속을) 돌기로 했다. 오늘은 시내 쪽으로 나간다'는 내용과 '약국 관리실태가 엉망이라 천불 난다고 보건소에서 연락왔다'는 내용도 공유됐다.
메신저 대화 내용 중에는 약사들이 약품가격을 담합한 정황도 나왔다.
약사들은 특정 약품을 서로 얼마에 판매하는지 정보를 공유하고 "가격이 지켜지는 품목이라도 유지하자", "다 같이 (가격을) 지키면 매출도 늘고 좋다"는 등의 대화도 주고받았다.
이 약사회는 '단속정보 공유 등이 외부로 알려질 우려가 있다'며 단체 대화창을 지우고 새로 만들기도 했다.
동구 보건소 관계자는 이에대해 "약사회 차원에서 소속 약사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도록 사전에 공문을 보냈다"며 "단속보다는 계도 위주여서 공문을 보낸 것은 문제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약사회장과 단속을 협의했다는 메신저 내용에 대해서는 "단속 과정에서 약사회장에게 내용을 통보하거나 협의한 적이 없다"며 "약사회장이 단속반원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와 몇 차례 응대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동구청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같은 사례는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지난 10일 부산경찰청 광역수사대는 무자격자의 의약품 판매에 대한 단속정보를 유출한 보건소 직원을 '공무상 비밀누설'로 불구속 입건해 검찰 송치했다.
또 해당 정보를 받아 단속에 미리 대비한 약사회 임원 15명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검찰 송치했다.
광주 경찰은 이에 관해 내용을 살펴보고 수사 착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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