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들 "시흥캠퍼스 철회요구 학생들, 점거 풀어야"
"법적 구속력 지닌 실시협약으로 되돌리기 힘들어"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116일째 이어진 서울대 학생들의 본관(행정관) 점거를 풀기 위해 교수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학교의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체결에 반발해 철회를 요구하며 작년 10월10일 전체학생총회를 열어 점거를 결정하고 점거를 시작했다.
조국 교수와 백도명 교수 등 서울대 교수 20명은 '대학본부 농성사태 해결을 위한 호소문'을 내기로하고 다른 교수들을 상대로 온라인서명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이들은 서명을 요청하며 "특별한 전기가 없는 한 3월 새 학기가 시작될 때까지 점거가 계속될 수 있다"면서 "9일 열리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학생들이 농성해제를 결정하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주장했다.
또 서명을 받기 위해 미리 공개한 호소문에서는 "10년 가까운 기간 3명의 총장 아래서 추진돼온 시흥캠퍼스는 계속 논란거리였다"면서도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실시협약 체결로 되돌리기 힘든 단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생들의) 충정은 이해하지만 실시협약을 철회한다면 서울대의 명예와 신뢰가 추락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법적 다툼을 비롯한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면서 "점거 농성을 중단하고 요구를 관철할 더 건설적인 방안을 고민할 때"라고 호소했다.
지난달 31일 학내 의사결정기구인 평의원회의 김형준 의장도 호소문을 내 "점거 농성이 평화적으로 해결되도록 학생사회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당부했다.
교수들이 학생들의 점거 해제를 위해 나서기 시작한 이유는 곧 열릴 전학대회에서 점거의 중단·지속이 결정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서울대 총학생회는 단과대 학생회장들로 구성된 총운영위원회(총운위)와 전학대회를 4일과 9일 잇따라 열어 점거를 계속할지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총운위에는 학교 측 학생처장도 참석해 학생들을 상대로 설득작업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학대회에서 어떤 결정이 나올지는 아직 미지수다.
학교와 학생들의 주장이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탓이다.
지난달 26일 성낙인 총장이 점거에 가담한 학생들에 대한 징계추진을 중단하고 시흥캠퍼스 추진위원회와 학내 의사결정기구에 학생참여를 확대하는 등 '마지막 제안'을 내놓았으나 학생들은 이를 거부했다.
점거에 참여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본부점거본부'는 성 총장의 제안들이 "점거 이전부터 약속됐던 사안"이라며 "'점거사태 해결'의 길은 실시협약 철회뿐"이라고 반박했다.
서울대는 2007년 국제캠퍼스를 조성하기로 하고 2009년 최종후보지로 경기 시흥시를 선정했다. 관련 실시협약은 작년 8월 체결됐다.
학생들은 시흥캠퍼스가 일방적으로 추진됐다고 주장한다. 시흥캠퍼스는 서울대가 손쉽게 캠퍼스를 확장하려는 것의 일환으로, '대학의 기업화'를 가속화하는 사업이라는 비판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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