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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퇴장에 野주자 경쟁 격화…'무주공산' 중원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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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퇴장에 野주자 경쟁 격화…'무주공산' 중원을 잡아라

文 '대세론' 굳히기…안철수 '文-安 대결구도' 부각 중도층 흡수

李 '선명성' 부각 행보·안희정 '충청대망론'…제3지대 움직임 주목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서혜림 박수윤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선의 무게추가 일단 야권으로 기우는 듯한 모습이 연출되자 야당내 잠룡들의 경쟁은 2일 한층 더 뜨거워지는 모양새다.

특히 반 전 총장을 지지했던 중도진영 표심 일부가 야권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누가 외연을 넓히며 이를 흡수하느냐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무주공산' 처럼 보이는 중간지대를 누가 선점하느냐에 따라 '대세론'이 굳어질 가능성도 있고, 후발주자들에게는 반전의 모멘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3지대 정치세력 형성을 추진하는 인사들 역시 반 전 총장을 지지한 중도세력을 잡아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은 '문턱 낮추기'와 외연확장을 통해 중도표를 최대한 흡수하겠다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설 연휴를 마친 후 선보인 '양산구상'에서 통합형 대통령을 강조한 것도 그 연장 선상으로 풀이된다.

반 전 총장의 하차 이후 이런 전략은 한층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 반기문'의 구도가 아닌 '문재인 대 비(非)문재인' 구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최대한 포용적 면모를 부각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준비된 대통령 후보'를 자임하는 것 역시 반 전 총장의 지지자 가운데 중도하차에 실망한 표심을 흡수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다만 반 전 총장의 불출마를 계기로 보수층이 결집할 경우 문 전 대표에 대한 공세는 더욱 거세질 수 있으며,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중도 표심을 끌어안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경우 야권에서는 반 전 총장의 하차로 지지율 상승의 계기를 마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반 전 총장 외에 '중도층'을 대변할 가장 확실한 카드가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안 전 대표 측은 정치적 변수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이번 대선은 안철수와 문재인의 대결'이라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낸다는 입장이다.

안 전 대표측 관계자는 "지금 반 전 총장이 물러났다고 해서 갑자기 중도·보수성향 유권자에게 뭔가 보여주기보다는 안철수와 문재인의 양자대결에서 누가 더 '바람직한' 정권교체인지, 누가 더 콘텐츠가 풍부한 후보인지 증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내 2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의 경우 반 전 총장의 하차 후 동향에 한층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시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반 전 총장이라는 여권의 강력한 주자로 인해 야권 지지자들의 불안감이 컸다. 이런 심리가 문 전 대표의 대세론으로 이어진 것"이라며 "이제는 저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 측에서는 중도 공략보다는 본인의 강점인 '선명성'을 더욱 강조하면서 재도약을 하겠다는 전략도 감지된다. 여권 내에서 반 전 총장을 대신할 구심점으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비되는 진보성향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안 지사의 경우 '충청 대망론'의 대권주자를 자처하면서 반 전 총장 지지층의 표심을 흡수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 등에서 중도적 입장을 취하면서 반 전 총장을 향했던 중도층으로부터도 충분히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안 지사 측의 생각이다.

안 지사의 대변인격인 박수현 전 의원은 통화에서 "반 전 총장과 지역기반이 겹쳐 있고, '충청대망론'을 공유하고 있던 후보"라며 "정치적으로 중도·보수경향의 지지자들에게 진보·보수를 넘어 새로운 통합을 이야하는 안 지사의 메시지가 호감을 줄 수 있다고도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도·중원 공략을 위한 노골적 구애는 나서지 않을 전망이다.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김종인 전 비대위 대표나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등 제3지대를 모색하는 세력들 역시 반 전 총장 지지층을 끌어들여야 하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반 전 총장의 중도하차 후 이들이 중도·보수를 아우를 대안세력을 자처하면서 활동폭을 넓힐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양측은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1일 만찬 회동을 하며 개혁세력을 규합하는 데 힘을 모으고 함께 하자는데 뜻을 모았다.

hysu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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