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심한 사업장 특별근로감독한다
고용부 장관 "상반기 중 권고안 마련해 시행"…피해자 구제수단도 안내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 정부가 '왕따'나 '갑질', 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이 심한 사업장에 특별근로감독을 한다.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등 극단적인 사태를 미리 막자는 취지에서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2일 서울 양천구의 중소기업 ㈜지앤푸드를 방문해 노사 간담회를 열고 "능력중심 인력운영의 핵심은 근로자를 인격적으로 대우하는 것인데, 현실에서 일부 기업들의 업무 관련 괴롭힘 등 비인격적 인력운영이 나타나 매우 안타깝다"며 "상반기 중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한 권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권고안은 근로개선정책 연구회 등 전문가와 노사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 공청회 등을 거쳐 마련된다.
권고안에는 개인에 대한 공격, 업무 관련 괴롭힘, '왕따'로 불리는 인간관계상 배척 및 고립 등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과 유형이 구체적인 예시로 담긴다. 피해 근로자의 법적 구제수단도 안내된다.
사업장에서 이뤄져야 할 노력으로는 '직장 내 상호 존중 문화 조성', '인격을 존중하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원칙 확립',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관심', '직장 내 괴롭힘 발생에 대응하는 사용자의 적극적 조치' 등이 제시된다.
이를 토대로 기업이 스스로 비인격적 인력운영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를 예방·방지해 근로자 인격을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하도록 적극적으로 지도할 예정이다.
위반 사업장에 대한 법적 제재 수단은 없지만, 심각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사업장이나 사업주가 이를 방치한 사업장 등은 전면적인 특별근로감독을 하기로 했다.
근로감독 결과 법 위반 사항을 적발하면 즉시 검찰 고발 등으로 사업주가 처벌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가 이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일부 사업장의 괴롭힘 실태가 도를 넘었다는 판단에서다.
정일선 현대 BNG스틸 사장은 최근 3년 간 운전기사 61명을 주 56시간 이상 일하게 하고 이 가운데 1명을 폭행한 혐의로 벌금형을 받았다.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운전기사 2명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5월에는 부장검사에게 상습적으로 폭언·폭행을 당한 후배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 장관은 "근로자에 대한 인격적인 대우를 포함해 능력을 중심으로 인력운영 시스템을 변화해야 하며, 이를 통해 근로자와 기업 모두 일자리 창출과 고용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방문한 ㈜지앤푸드는 근로자와 기업이 함께 공정한 평가와 임금 지급체계를 구축하고, 근로자가 둘째 자녀를 출산하면 1천만원, 셋째를 출산하면 2천만원을 지급하는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가족친화 제도를 운용한 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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