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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유전적 뿌리 찾았다…"남·북방계 아시아인 혼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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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유전적 뿌리 찾았다…"남·북방계 아시아인 혼합"

UNIST, 국제 연구진과 '악마문 동굴' 고대 동아시아인 게놈 최초 분석

(울산=연합뉴스) 김근주 기자 = 한국인은 수천 년 전 북방계와 남방계 아시아인이 섞이면서 탄생했다는 유전적 정보가 나왔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게놈연구소와 영국·러시아·독일 등 국제 연구팀은 약 8천 년 전 신석기 시대 고대인의 게놈(유전체·genome) 분석을 통해 현대 한국인의 조상, 이동 경로, 유전자 구성 등에 대한 연구결과를 2일 공개했다.

분석한 게놈은 두만강 위쪽 러시아 극동지방의 '악마문 동굴(Devil’s Gate cave)'에서 발견된 7천700년 전 동아시아인 20대와 40대 여성의 머리뼈에서 추출한 것이다.

이 동굴인들은 1970년대 초 발견됐으나 게놈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연구팀은 2014년 하반기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분석 결과, 이 여성들은 한국인 등 동아시아인처럼 갈색 눈과 삽 모양 앞니(shovel-shaped incisor) 유전자를 가진 수렵채취인으로 밝혀졌다.

또 현대 동아시아인들의 전형적인 유전 특성인 우유를 잘 소화하지 못하는 유전변이, 고혈압에 약한 유전자, 몸냄새가 적은 유전자, 마른 귓밥 유전자 등을 가졌던 것으로 분석됐다.

즉, 적어도 최근 8천 년간 동아시아에서는 외부 인종의 유입 없이 비슷한 특징을 가진 인족끼리 지내왔으며, 농업 등 신기술을 가진 무리가 다른 무리를 정복·제거하기보다 기술을 공유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소개했다.

악마문 동굴인 게놈에서 또 하나 특징적인 것은 현재 인근에 사는 '울지(Ulchi)족'을 제외하면 현대인 중에서 한국인과 가장 가까운 게놈을 가진 것으로 판명된 것이다.

이들의 미토콘드리아 게놈 종류도 주로 한국인과 같았다.

미토콘드리아는 어머니로부터만 물려받기 때문에 이 게놈 종류가 같다는 것은 모계가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이들 악마문 동굴인을 한국인의 조상으로 볼 유전적 근거가 많다는 것이다.

다른 인족보다 한국인과 비슷한 것은 악마문 동굴의 위치가 한반도 바로 위쪽이기 때문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연구진이 악마문 동굴인의 게놈과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 인족의 게놈 변이를 비교했더니, 악마문 동굴인과 베트남 또는 대만 원주민의 게놈을 융합했을 때 한국인의 현재 게놈과 가장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인의 탄생이 북방계와 남방계 아시아인의 융합이라는 증거"라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다만, 현대 한국인은 남방계의 유전 흔적을 더 많이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렵채집이나 유목을 하던 북방계 민족보다 정착농업을 하는 남방계 민족이 더 많은 자식을 낳고 빠르게 확장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거시적으로 보면 1만 년 전부터 남방계 사람들이 더 빨리 팽창하면서 북방계 사람을 만나 한반도 등에서 융합이 일어났고, 이 융합에서 현재는 남방계 특징이 더 많이 남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유전자 흐름은 수천 년의 역사와도 일치한다"며 "이번 연구에서 한국인을 포함한 전체 동아시아인은 단일민족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다른 인족보다 내부 동일성이 매우 높은 것도 다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동아시아에서 나온 최초의 고대 게놈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됐다.

cant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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