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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년에게도 낙천주의를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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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노년에게도 낙천주의를 허하라"

신간 '노년은 아름다워'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면서 늘어나는 노년 인구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많다.

한국적 상황은 더욱 이중적이다. 유교적 전통에서는 나이 든 이를 존경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 도리지만, 생산성이라는 근대의 가치에 투영된 노년은 잉여 인간이다.

취업난 속에 꿈과 희망을 빼앗긴 젊은이들의 불만은 '꼰대' 노년들에 대한 혐오나 환멸로 치환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군들 늙지 않겠는가. 머지않아 마주할 자신의 미래를 차갑게 바라보는 이 모순된 현실과 화해하는 길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신간 '노년은 아름다워'(서해문집 펴냄)는 대상을 새로움과 낡음, 혹은 성장과 퇴보로 양분하는 이분법적인 가치체계에서 벗어나 노년의 의미를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근거를 제시한다.

더불어 신체적 쇠락으로 인식되는 노년의 몸조차 아름답고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미학적 통찰도 제공한다.

저자인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김영옥 대표는 "안전한 노후는 단지 노년만의 의제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세대를 아우르는 의제"라고 말한다.

모두가 함께 안전하고 인격적으로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연령대 간의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적 존재로서 인간을 이해하는 것이 이러한 연대를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추상적인 노년의 표상에서 떠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노년에게로 다가갈 수 있게 하는 7가지의 색다른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올해 61세로 한때 진보정치 운동을 하다 지금은 노인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최현숙을 비롯해 78세에 자서전을 쓰고 있는 최영선, 30년간 미국에서 건축사업가로 일하다 말년에 상주 시골집에서 연재소설을 쓰는 김담 등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다.

은퇴와 함께 아내와 헤어진 뒤 홀로 아흔이 넘은 노모를 모시고 살며 여행으로 자유를 만끽하는 이영욱,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리겠다며 마흔이 넘은 나이에 미술을 시작해 74세가 되도록 작업 중인 윤석남,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을 10여 년간 이끌어온 밀양 할매들, 초고령화 사회 일본에서 생활운동을 하는 활동가 군지 마유미와 방송인 다지마 요코도 등장한다.

저자는 늙은 사람이 늙지 않은 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전범은 '마음껏 즐겁게, 마음껏 느리게 사는 모습' 즉 낙관주의적 태도라고 말한다. 그리고 국가는 한국의 노년이 이런 낙천주의를 선택할 수 있게 허락하라고 요구한다. 336쪽. 1만6천원.


abullapi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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