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를 상대하는 나라를 위한 조언…"부푼 자아를 만족시켜라"
"국빈 방문때는 황금색 연단과 대규모 환영 군중이 좋을 듯"
워싱턴보다 뉴욕으로 중심 이동…"외교관들도 뉴욕 업계 모임 순회해야"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외교관들을 워싱턴보다는 뉴욕에 보내라. 워싱턴이 많고 많은 연구소를 돌아다니게 하지 말고, 뉴욕의 기업계 모임들에 참석시켜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문 때는 공식 의전의 틀에서 벗어나 맏딸 이방카를 비롯한 대통령 가족을 어떻게 대접할까 미리 준비해둬라'
'국빈 방문을 위해 공항에 도착한 트럼프에겐 제왕의 황금색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연단을 제공하고, 대규모 군중을 동원해 열렬히 환영토록 해 그의 자존심을 만족시켜라'
미국의 새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그동안 봐 온 미국 대통령과 워낙 다른 탓에 그를 '정상' 궤도로 돌려놓기 위한 미국 안팎의 정책 전문가들의 조언은 차고 넘치지만, 트럼프를 상대해야 하는 세계 각국 정부가 그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조언은 드물다.
그런 점에서, 유엔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워싱턴에서 정치 자문 활동을 하는 키우 지보가 최근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 폴리시를 통해 중국 정부에 제시한 트럼프 시대에 트럼프를 다루는 법에 관한 조언은 눈길을 끈다.
트럼프가 중국을 방문하게 될 경우 과거 중국 황제의 어의에 사용된 황금색으로 화려하게 장식한 연단에 올라 도착 성명을 발표토록 한다든지, 중국 당국이 잘하는 대중 동원을 통해 대규모 군중으로 그를 맞으라는 것은 화려하고 장대한 외관을 중시하는 트럼프의 속성을 활용하라는 뜻이다. 베이징을 상징하는 거대한 장소에서 산해진미와 유명 인사들을 동원한 성대한 연회를 베푸는 것도 필수적이다.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는 주로 뉴욕에 머물 트럼프의 부인 멜라니아를 대신해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할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의전 준비도 미뤄 갖춰 놓아야 한다.
키우 지보는 좀 더 진지하게, 트럼프 시대 미국의 정책 결정과 로비의 상당 부분이 워싱턴에서 뉴욕으로 옮겨갈 것 같다며 중국의 전략가들과 로비 단체, 학자들을 금융 수도 뉴욕의 기업계로 더 많이 파견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중국의 외교관과 경제계 지도자들은 워싱턴의 연구소 토론회를 돌아다니는 대신, 맨해튼 중심가에서 열리는 업계 연회장을 순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경제계 인사들이 "파트 타임 외교관"으로 트럼프나 억만장자들이 즐비한 트럼프 내각과 협상을 벌이는 상황을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는 미국이라는 나라도 자신의 기업처럼 운영할 공산이 크다고 그는 내다봤다. 내각은 이사회인 셈이다.
중국의 억만장자는 594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외교관들과 함께 또는 외교관들보다 앞서 이들 억만장자를 대미 외교의 최전선에 내세우는 것도 좋다.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이미 트럼프를 만났는데, 자신의 부동산 사업 성공을 자랑하기 좋아하는 트럼프는 이들을 존경할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의 일자리를 빼앗아 갔다는 트럼프의 비난 메뉴에 대해선, 중국이 이미 미국에서 하고 있는 거대한 규모의 직접투자를 최대한 활용하라고 그는 조언했다.
중국이 미국에 새로 짓는 공장 기공식이나 준공식에 트럼프가 참석토록 외교 노력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가는 트럼프의 손에 미국의 사회간접자본 시설을 중심으로 중국의 투자계획서를 쥐여줘 미국에서 방중 성과로 발표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개통식, 서명식, 기념사진 촬영에 트럼프를 많이 참석시킬수록" 트럼프에게도, 중국에도 좋게 된다.
그는 한편 유엔에서 본 중국의 외교관들에 대해 "회의장에 입장하자마자 지정석에 앉아서 자기들끼리만 얘기하고 다른 나라 대표단과는 인사도 교류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밝히는 준비된 원고를 읽을 때 말고는 말이 없고, 회의가 끝나면 곧장 빠져나가며, 유엔 구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인적 교류 행사나 연회장에도 거의 나타나지 않고, 참석하더라고 구석에서 자기들끼리만 얘기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시대의 미국을 상대하기 위해 중국의 구식 외교 스타일을 바꾸는 김에 외교관들도 더욱 창의적이고 활발한 외교를 할 수 있도록 충원과 교육훈련 과정을 다양화, 다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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