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대수술] 저소득층 깎아주고 고소득·자산가는 올리고
재산 많은 직장인도 추가 부담…일반 직장인은 변동 없어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 23일 정부가 내놓은 건강보험 부과체계 개편안의 핵심은 먹고 살기 힘든 저소득층에 과도하게 부과되는 보험료를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또 소득과 재산이 있으면서 피부양자로 등록돼 '무임승차'하는 사람, 개인 재산으로 월급보다 많은 돈을 벌지만, 일반 직장인과 같은 보험료를 내는 사람들은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정부는 3단계에 걸쳐 부과체계를 개편해 나갈 계획이다. 이번 개편으로 1단계(2018년)에서 보험료가 크게 달라지는 사례를 알아본다.
◇ '송파 세 모녀'는 4만8천원→1만3천원
2014년 생활고를 견디지 못하고 동반 자살한 '송파 세 모녀'는 연소득 500만원 이하의 지역가입자였다.
60대 어머니와 30대 두 딸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 50만원짜리 반지하 셋방에 살았다.
신용불량자에 병까지 얻은 두 딸 대신 어머니가 식당일로 생계를 이었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게 됐다. 어머니가 넘어져 다치는 바람에 일을 그만두게 되자 세 모녀는 생활고를 헤쳐나갈 방법이 없었다. 결국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을 남겨 둔 채 스스로 세상과 등을 졌다.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는 실제 경제활동 여부와 상관없이 세대 구성원의 성별과 나이, 재산, 자동차로 평가하는 경제활동참가율 점수를 내 '평가소득'을 추정한다. 이 때문에 세 모녀의 경우 실제로는 없는 소득이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돼 약 3만6천원의 보험료가 부과됐다.
여기에 월세로 사는 집에 재산 보험료 1만2천원이 추가돼 월 4만8천원의 보험료를 내야 했다.
하지만 개편안대로라면 4천만원 이하인 보증금에 대한 재산 보험료가 면제되고, 평가소득이 폐지되기 때문에 최저보험료인 1만3천100원만 내면 된다.
◇ 연소득 1천500만원에 소형차 보유 3인 가구 7만9천원→1만8천원
최저보험료 적용 대상은 아니지만 역시 소득이 낮고, 전셋집에 살지만 소형 자동차가 있다는 이유로 과도한 보험료를 내온 지역가입자도 혜택을 보게 된다.
47세 남성과 배우자, 자녀로 구성된 3인 가구의 총수입이 연 1천500만원 정도이고 4천만원짜리 전세에 살면서 1천600cc 이하의 소형차를 가지고 있다면, 평가소득 기준으로 부과되는 소득보험료가 6만3천원이다.
여기에 전세 보증금에서 500만원을 공제한 뒤 30%에 해당하는 재산 보험료 1만2천원과 15년 미만의 모든 자동차에 부과되는 자동차 보험료 4천원을 더해져 총 보험료는 7만9천원이 된다.
개편안으로는 각 항목 면제 기준인 전세 보증금 4천만원 이하, 자동차 배기량 1천600cc 이하에 해당하는 이 가구는 재산 보험료와 자동차 보험료를 모두 면제받고 종합과세소득이 적용된 소득보험료 1만8천원만 내면 된다.
◇ 연금 받는 자산가 0원→21만3천원
기존 체계에서 대표적인 '무임승차'로 지목받는 대상은 상당한 수준의 소득과 재산이 있으면서 자녀 등의 피부양자로 등록된 사람들이었다.
예를 들어 퇴직한 A씨가 연금 소득이 연 3천400만원이 넘고 시가 7억원에 달하는 부동산을 갖고 있다 해도 일단 피부양자로 등록되면 보험료는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금융소득이나 공적연금, 근로·기타 소득 중 어느 하나가 4천만원을 초과해야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편안은 종합과세소득을 합산한 금액을 기준으로 연 3천400만원이 넘으면 지역가입자로 전환하도록 했다.
따라서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된 A씨는 소득보험료 9만1천원과 재산 보험료 12만2천원을 더해 총 21만3천원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연금 소득이 1천900만원 정도지만 시가 11억원 상당(과표 5억5천만원)의 재산이 있는 B씨도 피부양자에서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기존에는 과표 9억원(시가 18억 상당)을 넘는 재산이 있어야 지역가입자로 전환됐지만, 개편 이후에는 과표 5억4천만원을 초과하는 재산이 있으면서 생계 가능한 소득(연 1천만원)이 있으면 보험료를 내도록 했기 때문이다.
B씨의 보험료는 소득보험료 5만1천원에 재산 보험료 15만1천원을 더해 20만2천이 된다.
◇ '불로소득'이 월급보다 많은 직장인 9만원→26만7천원
직장에 다니지만 개인 재산으로 월급보다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직장가입자도 앞으로는 평범한 직장인과는 차별적인 보험료를 내야한다.
직장가입자에 대해서는 금융·임대 소득 등 보수 외 소득이 연 7천200만원을 넘지 않는 한 소득에 따라 일정 금액이 동일하게 부과된다.
이 때문에 연소득이 3천500만원 정도지만 이자·배당 등 금융소득이 연 6천800만원이 넘는 직장인 C씨는 직장 동료와 똑같이 월 9만원의 보수 보험료만 내 왔다.
하지만 개편안이 보수 외 소득 부과 기준을 2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인 연 3천400만원으로 낮추면서 C씨는 보수 외 소득보험료 17만7천원이 더해져 총 26만7천원이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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