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민의 대나무숲'…강석·김혜영 '싱글벙글쇼' 30년史
시사콩트 시발점…'소통' 콘셉트 유지하며 트렌드 따라 변신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화물차 운전자나 택시 기사들이 낮 시간대 졸음운전을 쫓는 데 껌보다 효과적이라고 입을 모으는 MBC표준FM(95.9㎒)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쇼'.
1973년 6월 4일 시작돼 1987년부터 강석과 김혜영이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진행해온 '싱글벙글쇼'가 16일로 30주년을 맞았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역사'다.
30년을 개근한 강석과 김혜영은 2005년과 2007년에 각각 MBC 라디오국에서 20년 이상 진행한 DJ에게 주는 골든마우스상을 받기도 했다.
두 DJ는 현존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중 최장수 단일 프로그램 진행자이기도 하다. 종전에 방송(1973∼1995년)했던 '두시의 데이트'의 김기덕보다 오래됐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연주곡이 시그널로 울려 퍼지며 시작하는 '싱글벙글쇼'는 시사오락 프로그램의 대표주자로 불린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1969년 교양물을 표방한 가요코미디물로 출발한 '유공쇼'가 '코끼리쇼'란 이름을 거쳐 1973년부터 '싱글벙글쇼'가 됐다. 이때부터 비로소 시사콩트의 싹이 텄다고 MBC 사사(社史)는 기록한다.
'싱글벙글쇼'는 강석의 유명인 성대모사가 중요한 역할을 하는 패러디 시사콩트가 주 내용을 이뤄왔다.
그동안 '88돌도사', '21세기와 현자', '대낮토론-전화를 받습니다', '나의 신혼일기', '강동길칼럼', '시사스포츠' 등의 고정 코너들은 힘없는 사람, 소시민이 각자 일상 속의 희로애락을 털어놓는 창구가 됐다.
현재는 '청춘신파극 강수일과 김순애'라는 제목의 코너가 사회에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이슈들을 다루며 애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시그널'을 패러디, 베테랑 형사반장으로 변신한 강석과 허당 여형사 김혜영이 과거와 현재의 뉴스를 비교하는 '다이얼을 돌려라'도 인기 코너다.
주말에 한 주간 소개되지 못한 청취자들의 사연을 소개하고 선물을 수시로 증정한다는 점은 이 프로의 또하나 재미다.
이처럼 '싱글벙글쇼'는 서민들의 대나무숲이라는 기본 콘셉트는 유지하면서 트렌드의 변화까지 놓치지 않는 노력으로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다.
최근에는 '최순실 게이트' 불똥이 튀면서 잠시 위기를 맞기도 했다. 최순실 언니인 최순득씨가 강석과의 친분으로 선곡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나온 것.
이에 강석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씨와 아는 사이였던 건 맞지만 10여 년 전 일"이라며 "외부 전화를 받고 생방송 중에 노래를 튼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번에 일축했다.
또 앞서 2007년에는 강석의 학력위조 논란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해 결국 강석이 공개적으로 사과한 일이 있었다.
당시 강석의 프로필에는 학력이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으로 기재돼 있었지만 KBS 9시 뉴스 인터뷰를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듯 몇 번의 위기를 딛고 순항 중인 '싱글벙글쇼'는 16일 오후 12시 20분부터 상암 MBC에서 특집 공개 생방송 '매일매일 싱글벙글'을 열고 200명의 애청자를 초대해 30주년을 자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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