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최순실 의도' 알았다"…내부보고서 "이권 때문"
미르·K스포츠 출연 '명분' 언급…"삼성은 합병, SK는 사면, 롯데는 경영권 분쟁"
檢 "사실상 문제점 자인…대응요령 담겨…안종범 지시로 이승철 작성"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황재하 기자 = 미르·K스포츠재단이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의 이권을 챙기기 위해 설립됐다는 의혹이 불거질 무렵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재단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응책을 마련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2회 공판에서 전경련이 만든 '재단 관련 언론 제기 의혹 및 주요 내용 요약'이라는 제목의 내부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정관과 설립 과정이 유사하다는 언론의 지적을 언급하며 '두 재단의 사업 목표나 정관이 비슷하고 수입·지출 예산서도 동일하며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 돈을 출연받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보고서는 기업들이 재단에 기금을 출연할 명분이 없다는 지적과 관련해 '삼성은 계열사 합병 문제를 해결한 직후였고, SK는 최재원 부회장의 사면을 바라는 상태였으며, 롯데는 경영권 분쟁이 한창이었다'고 언급한다.
또 '포스코는 자원외교 등 비리 수사 중이었고 한화는 김승연 회장의 복권을 기대하고 있었으며 CJ는 이재현 회장이 재판 중이었다. 두산은 박용성 전 회장이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 중이고 KT는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자 선정이 걸려 있었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검찰은 이같은 보고서 내용을 공개하며 "기업들이 이권을 챙기거나 형사책임을 면하기 위해 재단에 출연한 것이라는 문제에 관해 '사실상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자인하는 내용의 보고서"라고 설명했다.
보고서 내용 중 일부는 언론 보도에 대응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 정관과 설립 과정이 유사하다는 지적에는 '동일한 팀에서 작성했기 때문'이라고 답하고, 두 재단의 창립총회가 똑같은 배후에 의해 기획된 가짜 회의라는 의혹에는 '통상의 설립 절차에 따라 설립했다'고 대응하라고 주문한다.
검찰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안 전 수석의 지시를 받고 작성했다. 검찰은 "안 전 수석 측이 이미 (보고서의) 내용을 인식하고 있던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두 재단이 실질적으로 최씨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고 본다. 최씨는 안 전 수석과 공모해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출범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50여개 대기업이 774억원을 억지로 출연하게 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으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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