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공격견'전략, 정보기관들 연합엔 통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 "안보기구 영주들은 트럼프 트윗 섬광탄에 겁먹지 않아"
워싱턴 중앙무대서 트럼프 태도 변화…장기적인지 일시적인지는 불분명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미국의 정보기관 수장들이 지난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러시아의 해킹을 통한 미국 대통령선거 개입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고하는 장면을 놓고 뉴욕타임스는 "심장이 멎는" 순간이라고 묘사했다.
자신들의 새로운 보스에게 '당신의 당선엔 미국의 적인 러시아의 독재적 통치자의 적극적이고 다방면의 도움이 있었다'고 까놓고 얘기한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일은, 대선 운동 기간은 물론 당선된 후에도 자신에 대한 비판자들을 무력화시키는 데 재미를 본 트럼프의 '공격견'(Attack-dog) 전략이 워싱턴의 중앙 정치 무대에선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한계를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대통령에 대한 비판자, 특히 워싱턴의 국가안보 기구들의 영주들에겐 (트럼프 특유의) 섬광탄 같은 트윗이나 빈정대는 말로 겁먹게 하는 게 늘 통하는 것은 아님을 일깨워주는 사례"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트럼프는 트윗을 사용하거나 자신의 말 때문에 스스로 빠진 궁지에서 탈출하려 할 때면 위협적인 언사나 호통으로 자신에 대한 공격자를 역공해 무력화시키는 수법을 써왔고, 실제로 상당히 효과를 봤다.
그러나 "트럼프가 공화당 내 후보 경선 때 젭 부시에게 써먹었던 전술이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연방수사국(FBI)이 연합한 힘에도 통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경선 당시 존 케이식 주지사 진영에 있었던 존 위버는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트럼프와 좋은 관계인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의원도 최근 트럼프에게 정보기관들과 싸우는 것은 "정말 우둔한 짓"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측근들도 최근엔 정보기관들을 공격하지 말고, 같은 공화당 사람들의 불안감을 덜어주도록 트럼프를 채근하고 있다.
한 오랜 보좌역은 "트럼프가 이 싸움을 지속할 수 없다"며 "트럼프 본인도 이제 털고 앞으로 나아갈 때라고 말하고 있다"고 이 신문에 밝혔다.
트럼프가 미국 정보기관들의 총수장인 국가정보국장(DNI)에 댄 코츠 상원의원을 지명하는 것을 두고 한 달 넘게 장고하다가 지난 5일 지명 사실을 발표한 것 역시 트럼프 백악관과 정보기관들 간 불화에 대한 우려를 완화해야 한다는 보좌진의 건의에 따른 것이다.
트럼프의 이런 수용적 태도가 장기적 전략 변화인지 아니면 부정적인 언론보도를 의식한 일시적인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트럼프는 정보기관들의 보고서가 공개되기 직전까지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개입 혐의를 부인하거나 확정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취했으나 6일 오전부터 미묘하지만, 상당히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정보기관들을 탓하던 데서 방향을 바꿔 민주당과 언론을 중점 겨냥했다.
특히 정보기관 수장들로부터 보고를 받은 뒤엔 마지못해서이긴 하지만 "우리 정부이든, 조직이든 협회이든 회사든 사이버 공격에 대해 공격적으로 대응해 이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 자체는 인정한 셈이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인 라인스 프리버스는 8일 '폭스뉴스 선데이'와 인터뷰에서 "나는 트럼프가 수사 결과를 수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러시아 측이 이들 특정 해킹들의 배후라는 것을 부인하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프리버스는 그러나 동시에 민주당이 보안관리에 허술해 외국 정부의 개입을 허용했다"며 민주당 쪽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의회의 공화당 세력은 트럼프가 자당 출신 대통령 당선인이긴 하지만 해킹 문제에 관한 한 취임 후에도 트럼프의 재량권을 허용하지 않고 러시아에 더욱 공격적인 입장을 취하도록 밀어붙일 생각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특히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누구든 국익을 보호하는 사람들(정보기관)을 공격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다. 매케인 위원장은 잃을 게 없는 사람"이라고 존 위버는 말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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