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주식을 블록체인 기반 토큰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혁신 면제' 제도를 이르면 수일 내 발표할 예정이다. 스페이스X, 엔비디아, 애플 등 미국 대표 주식을 공식 토큰 형태로 사고팔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EC가 이번에 검토 중인 혁신 면제는 토큰증권 거래를 위한 규제 샌드박스 개념이다. 그동안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되던 토큰 주식 대부분은 발행사 동의 없이 규제 밖에서 운영됐다. SEC는 이를 양성화해 등록된 플랫폼, 허가받은 사업자, 신원 확인된 투자자 안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핵심은 기업이 직접 토큰을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스페이스X가 증시에 상장될 경우, 스페이스X와 무관한 제3자가 스페이스X 주가를 추종하는 토큰을 만들어 SEC 관리 플랫폼에서 거래하는 방식이 가능해진다. 혁신 면제 대상은 NYSE·나스닥 등에 상장된 미국 주식·채권이다.
●토큰화 주식 거래량 5개월 만에 1421% 급증
시장은 이미 반응하고 있다. 토큰화 주식의 일일 거래액은 35억7,000만달러(약 5조4,000억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초 2억3,000만달러에 불과했던 거래량이 5개월 만에 1,421% 급증했다. 전 세계 토큰화 주식 시가총액도 한 달 전 대비 26% 넘게 늘었다.
주식 토큰화가 본격화되면 미국 대형주 쏠림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4시간 토큰 시장와 실제 증시에서 같은 종목이 동시에 거래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같은 주식을 기초로 한 토큰이 여러 플랫폼에 흩어질 경우 가격 왜곡과 시장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토큰화 "아직 시간 필요"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한국 주식의 토큰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미국보다 시일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 주식의 정식 토큰증권화를 위해서는 금융당국·한국거래소(KRX)·예탁결제원이 결제 인프라 자체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7월 토큰증권 하위법규 개정안과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형증권의 토큰화 로드맵 마련과 함께 기초 자산을 묶어 발행하는 풀링(Pooling) 방식도 검토 중이다. 코스콤은 11개 증권사와 공동 플랫폼 업무협약을 맺고 내년 2월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 토큰증권 제도는 상장 주식보다 음원·IP·선박 같은 비정형 자산의 증권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 흐름에 맞게 정형 자산 토큰화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