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2조원 규모의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를 수주했습니다.
전날에는 LG엔솔이 벤츠에 15조원에 달하는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죠.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속에서 K-배터리가 두드러진 행보를 보이며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취재 기자와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산업부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SK온은 이번에 전기차 배터리가 아닌 ESS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한 거죠?
<기자>
SK온은 미국 '플랫아이언 에너지 개발'과 1GWh(기가와트시)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재생 에너지 업체인데요. 내년 플랫아이언이 추진하는 매사추세츠주 프로젝트에 ESS 배터리를 공급합니다.
여기에 오는 2030년까지 미국에서 추진하는 6.2GWh 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우선 협상권'까지 확보했죠.
그러니까 플랫아이언의 프로젝트에 대해 SK온이 먼저 협상할 권리가 있습니다.
내년부터 4년 간 최대 7.2GWh 규모 ESS 배터리를 공급하게 되는 거죠.
업계에서는 ESS 배터리 1GWh당 매출 규모를 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최대 7.2GWh를 공급할 경우 SK온은 2조원을 웃도는 계약을 따내는 겁니다.
<앵커>
그간 ESS는 중국산 비중이 높지 않았습니까. SK온이 수주에 성공한 이유가 있나요.
<기자>
일단 ESS는 전기나 열 같은 에너지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설비입니다.
데이터센터 같은 24시간 전력이 필요한 곳에 주로 쓰이죠.

가격이 저렴하고 화재가 잘 안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주로 장착됩니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주력이 삼원계인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고요. LFP는 중국이 주력이었죠.
잘 아시겠지만 '전기차 캐즘'을 극복하기 위한 돌파구로 ESS 배터리가 꼽혀 왔습니다.
인공지능(AI) 붐으로 데이터센터가 늘어난 데다 재생 에너지까지 확대되면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입니다.
특히 미국은 중국산 ESS 배터리에 고율 관세를 적용하고 있죠.
현재 40.9% 관세를 부과하고 있고요. 내년에는 이 수치가 58.4%까지 오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국내 업체도 개발을 시작했고, 러브콜을 보내는 곳이 많아진 건데요.
업계 관계자는 "미국 ESS 배터리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라고 전하기도 했죠.
SK온은 ESS LFP 배터리 개발을 마치고, 내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들어갑니다.
또 미국 조지아주의 전기차용 NCM 배터리 공장 유휴 설비를 ESS LFP 배터리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 역시 테슬라로부터 6조원 규모의 ESS LFP 배터리 계약을 따낸 바 있습니다.
<앵커>
배터리 업체의 주력은 그래도 전기차 아닙니까. 이 시장은 바닥을 찍었다고 봐도 됩니까.
<기자>
SK온은 지금까지 ESS 배터리 매출이 거의 없었고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역시 10% 안팎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전기차 배터리에서 나온다고 봐야하죠.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올해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판매는 2,200만대에 달할 것으로 봤습니다.
지난해에 비해서 25% 가량 증가한다는 건데요. 중국이 전체 판매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할 것으로도 예상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는 전기차 판매가 늘고 있지만 미국은 예외입니다.
블룸버그NEF의 콜린 맥커래처 연구원은 "전 세계적인 성장세에도 미국은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등 시장 환경 변화로 전기차 도입이 둔화될 것"으로 봤습니다.
그러면서 "배터리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쳐 과잉 생산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올해 1~7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순수전기차(EV) 등에 탑재된 배터리 총 사용량은 590.7GWh로 나타났는데요.
지난해보다 35% 이상 증가한 수치입니다. 중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간 게 주효했고요.
중국 전기차 업체는 중국 배터리를 주로 씁니다.
전기차 세액공제를 염두에 두고 미국에 현지 공장을 짓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국내 업체 실적이 악화한 이유이기도 한데요.
결국에는 미국에서 '전기차 캐즘'이 마무리되는 시점이 중요할 겁니다.
콕스 오토모티브 자료에서 7월 미국 신규 등록 전기차가 13만대를 넘긴 것으로 나왔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9.7% 증가한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전기차 업황이 바닥을 찍고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면서 "내년부터 가시적 성장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전날 수주 소식을 전한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자동차 업체 메르세데스-벤츠에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는 내용이었죠.
중국산 배터리보다 고성능에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할 수 있는 '46 시리즈' 역시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