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자동차, 유틸리티, 지주 등이 주도하는 대형주 중심의 밸류업 프로그램 1라운드가 끝이 나고 본격적인 2라운드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왔다. 2 라운드에서는 일본의 사례를 바탕으로 중·소형주가 초과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 발표 이후 '배당과 주주환원을 통한 저평가 해소에 초점을 맞춘 액티브 ETF'들이 일본 주식시장에 등장했다. 기존 상장 일본 투자 액티브 펀드들 또한 ‘밸류업’에 포커스를 맞추어 투자 전략을 강조한 가운데 밸류업 관련 액티브 ETF/펀드의 성과는 천차만별이었다.
일부 ETF는 상장 이후 2024년 4월 말까지 TOPIX 지수를 하회하는 성과를 기록하며 투자자들로 하여금 투자 전략의 유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한 반면 일본 국채 금리의 등락에도 제약을 받지 않고, 성장주 강세 국면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기록한 ETF도 존재했다.
이에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실패 사례를 확인한 결과 밸류업 수혜 종목 선정 시 '주주-경영진의 이해관계 일치' 기준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상속 및 증여세 부담에 노출된 오너 입장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밸류업 초기 대형주의 PBR 저평가가 가장 먼저 해소되면 그 이후에는 중소형 PBR 저평가 종목으로 시장의 관심이 이동한 데다가 중·소형주의 경우 주주 환원 정책 실행 시 대형주 대비 투자 매력도가 높아져 중·소형주에 집중한 펀드들이 성공적인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게 하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에 하 연구원은 "이제 새로운 기회를 찾을 2라운드로의 진입을 고려해야 할 시기로 지금까지의 주도주가 대형주였다면 2라운드의 기회는 중·소형주에서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법안 개정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기존 밸류업 주도주들의 주가가 큰 폭 상승한 데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연기금의 위탁운용사 선정 및 금융상품 출시 등으로 새로운 주도주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점차 본격화하는 만큼 정부의 정책 취지에 부합하는 중·소형주들이 새로운 주도주로 떠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에서 기존의 밸류업 1 라운드 때는 계량적인 접근 방식 하에 3가지 기본 조건을 주로 고려했었지만,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1가지 추가 조건'을 더 고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간의 3가지 기본 조건은 높은 ROE와 낮고 합리적인 PBR, 낮은 부채비율과 충분한 현금·금융자산, 안정적인 사업 (견조한 실적)이었다. 여기에 붙게 되는 1가지 추가 조건은 '최대 주주 지분율'로 지분율이 낮아서 주주환원을 유도하기 쉽거나, 높더라도 최대 주주의 주주환원 의지가 확인되는 기업을 확인하라는 뜻이다.
하 연구원은 위의 조건들을 고려해 선별한 기업으로 최대 주주 지분율이 낮고, 투자회사가 지분 참여한 기업(클래시스, 휴젤), 최대 주주 지분이 높지만, 주주환원 의지 강한 기업(제룡전기, 티앤엘, 휴메딕스, 하이록코리아), 최대 주주 지분은 모호하지만, 주주환원 의지는 확인되는 기업(한진칼, 빙그레, NICE평가정보)을 꼽았다.